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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검찰, '국정농단 은폐' 추명호 구속에 사활

'최순실·우병우' 등과 모두 연관…적폐수사 성패 가를 분기점

2017-10-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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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국정농단 사건을 방임한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 당한 검찰이 영장 재청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추 전 국장에 대한 수사 성패가 곧바로 적폐수사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 18일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정치관여)를 주로 적시했지만,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확인한 그의 혐의만 7개 안팎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혐의는 최순실 전담팀을 운영하면서 미르재단 등 국정농단의 실마리가 되는 첩보 관련 문건 170건을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혐의다.
 
국정원 TF는 검찰에 넘긴 수사의뢰서 등에서 “국정농단 단초가 되는 첩보가 다수 수집되었음에도, 추 전 국장이 추가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원장 등에 정식 보고한 사례가 없고 오히려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근무성적 불량’ 등의 사유로 지방 전출을 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확인됐고 나아가 언론에 보도된 ‘갑질논란 및 인사전횡’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추 전 국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재임 동안 ‘최순실 관련 비선보고 및 인사전횡 의혹’을 보고한 국정원 직원을 좌천시키면서 국정농단 사건을 적극적으로 은폐했다. 국정원 적폐TF와 검찰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전경련 담당 국정원 직원이 미르재단 설립 관련해 재계에서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보고하자 본청 복귀 1년만에 ‘복장불량’ 등 사유로 지부 재발령 냈다. 또 안봉근 청와대 홍보수석실 국정홍보비서관이 경찰인사에 깊이 관여했다는 첩보를 보고한 직원에 대해서는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며 질책하고 지부로 발령냈다.
 
추 전 국장은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이나 우리은행장, 문체부 간부 등을 불법 사찰한 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우 전 수석의 정적이거나 표적으로 삼은 사정대상이었다. 특히 추 전 국장은 2016년 7월 ‘우병우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등’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고 이 전 특별감찰관이 특별감찰에 나서자 국정원 직원들에게 특별감찰 조사배경과 이 전 특별감찰관의 친교인물 등에 대한 동향수집을 지시, 보고받은 내용을 우 전 수석에게 2회에 걸쳐 보고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사찰이 우 전 수석의 지시인지, 추 전 국장의 자발적인 ‘충성행동’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이에 앞서 2016년 2월 추 전 국장을 국내정보를 관할하는 국정원 2차장에 강력 추천했다.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반대로 좌절됐지만 추 전 국장과 우 전 수석은 이미 상당히 밀착된 관계였다.
 
추 전 국장은 이 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모의하고 시민단체 ‘자유주의 진보연합’에게 지시해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서한을 보냈다. 추 전 국장은 이 사실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든 비용 300여만원을 국정원 예산으로 집행했다.
 
지난 17일 오전 2시10분쯤 추 전 국장을 긴급체포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내심 구속을 자신한 눈치였다. 그러나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전체 범죄 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추 전 국장은 국정원의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최고위 간부로서 범행이 매우 중하다고 판단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서 "그런데도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기본적 증거가 수집됐고 수사기관에 출석해온 점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혐의로 긴급체포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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