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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금융 6개월)③새술을 헌부대에?…새얼굴이 안 보인다

'경기고-고려대' 특정실세 인맥 부활 조짐…막판 뒤집기 인사 부지기수

2017-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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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문재인정부의 금융권 고위직 인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거 퇴장한 올드보이(OB)들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금융권의 혁신이 시급한 상황에서 OB들이 미래 변화를 염두한 리더십을 보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과거 정권에서 뒤로 물러났던 인사들이 재기용되면서 인선이 막판에 뒤집히는 경우가 잦았는데, 특정 실세의  복심에 따라 인사가 좌지우지되며 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왼쪽부터)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예상과 다른 인물이 막판에 급부상해 금융권 수장에 임명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금융위원장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임명됐다. 여당과 시민단체의 반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추천 등이 김 전 위원장 카드를 버리고 최 위원장을 선임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장 인선 역시 마지막 순간에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가 최흥식 금감원장의 임명을 제청하기 하루 전까지도 금감원은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임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금감원 노조가 "김 전 총장의 임명을 환영한다"는 성명서까지 낼 정도였다.
 
장하성 실장의 '경기고등학교-고려대학교' 인맥이 급부상한 것도 이때부터다. 김석동 전 위원장과 장하성 실장은 경기고 68회 동기동창이다. 최종구 위원장의 경우 장 실장과 MB 정부 때 득세했던 고려대를 공통분모로 하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금융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장 실장의 천거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인사 개입설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장 실장과 '경기고-고려대'라는 교집합을 갖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하나금융 부회장 출신으로 '김승유 사단'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지방 최대 금융지주사인 BNK금융지주 회장에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낙점되면서 '김승유 막후실세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금융공기업 인사 역시 장 실장의 복심이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과거 김대중정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노무현정부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다. 장 실장과는 경기고 동문(68회)으로 둘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사이로 알려져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의 경우 참여정부때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이 같은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적폐 청산'이라는 국정 철학을 염두하고 연륜이 있는 '내 사람'을 지명하는 보수적 인사라는 평가도 있지만, 금융경제 라인의 핵심 보직이 특정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참신한 인사가 이뤄지기보다는 과거 정권에서 뒤로 물러났던 인사들이 재기용되며, 'OB의 귀환'이라는 쓴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민간 금융협회에도 OB들이 문재인정부 출범을 전후해 잇달아 돌아오고 있다. 최근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손해보험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OB 귀환 논란은 더 증폭되는 모습이다.
 
손보협회가 출중한 OB 인사를 새 회장으로 선임했으니 은행연합회와 생보협회도 새 손보협회장 정도 되는 인사를 찾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회장과 생보협회 회장 후보군에 OB들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여당에서도 ‘올드보이의 귀환’을 질타하고 있다. 지난달 국감에서 최운열 의원은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20년 전 금융 수장이었던 분이 세평에 오르내리고 있어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결국 대통령에게 누가 되니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라"고 요구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문 대통령의 경남고-경희대 출신들이 약진 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장하성 정책실장의 경기고-고려대 인맥이 뜨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문재인정부가 노골적인 관치금융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코드인사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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