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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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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피플)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 "국가간 경계 없이 '디지털 머니' 주고받게 만들겠다"

전 세계 제휴사끼리 포인트·마일리지·쿠폰 공유…22개국 금융·유통·여행사와 디지털자산플랫폼 구축

2017-12-12 08:00

조회수 : 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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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제 행사에 첨단 금융기술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눈도장을 찍겠다는 것이다. 포인트나 마일리지와 같은 디지털 자산이 국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전환되는 '금융 로밍과' 스마트폰 화면을 비추기만 해도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증강현실(AR), 웨어러블 기술을 도입해 스티커 형태의 선불카드를 내놓는 등 그 면면도 화려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후원사인 KEB하나은행은 20여개국의 30여개 주요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로얄 네트워크'(GLN, Global Loyalty Network) 플랫폼을 내놓을 예정이다. GLN은 전자화폐와 항공마일리지, 쿠폰, 포인트 등 각국의 디지털 자산을 어디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 금융 플랫폼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은 물론,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겨냥하고 있다.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이 서울 중구 은행 본점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뉴스토마토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사업그룹 부행장은 "각국의 정부가 지폐 축소를 서두르는 등 '캐시리스(cashless) 사회'가 앞당겨졌지만, 아직까지 국가간의 디지털 자산을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없다"며 "국가 경계에 상관 없이 전자화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허브'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는 하나은행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담당하는 한준성 부행장을 만나 내년 국제 행사에 내놓을 금융 플랫폼과 하나은행의 '글로벌 금융 허브'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금융권이 최근 KEB하나은행의 GLN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개념은 무엇인가.
 
하나은행은 미래의 화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 현재는 실물자산의 가치를 저장하고 교환하는 매개수단이 화폐다. 현금을 중심으로 하면서 대부분 카드 수단의 결제를 주고받고 있으며, 교통카드와 같은 디지털 머니, 상품권과 같은 선불지급 수단이 있다. 미래에는 현금이 아니라 이 같은 디지털 머니, 즉 전자화된 화폐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캐시리스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포인트와 같은 전자머니 같은 디지털 자산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각 국가의 디지털 자산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없다. 가령 우리나라의 교통카드를 일본 현지에서 쓸 수 없다. 하나은행은 전자화된 화폐를 국가 경계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주고받고,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글로벌 금융 허브'를 만들고 싶었다. 이것이 글로벌 로열 네트워크(GLN, Global Loyal Network)다.
 
-전자화폐의 종류가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소개해달라.
 
화폐 없는 세계가 도래하면 포인트, 마일리지 등 디지털 머니가 주요 거래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 디지털 머니의 개념을 더 넓히면, 쿠폰도 디지털 자산에 해당된다. 10만원 상당의 쿠폰으로 5만원 짜리 상품을 구입하고 5만원을 돌려받으면 실제 5만원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 현지 편의점 업체에서 제공하는 할인 쿠폰을 찾아서 이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하나은행 스마트폰 뱅킹 애플리케이션이나 하나멤버스와 같은 통합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GLN 플랫폼에 접속하면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발행되고 있는 현지 할인 쿠폰을 이용할 수 있다. 자기가 포인트를 한국에 바꿀 수 있도록. 미래형 디지털 자산 교환 플랫폼이다.
 
-역으로 우리나라에 여행을 온 외국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인가.
 
예를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행사를 통해서 여행 일정을 짜겠지만, 개인적으로 혼자 움직이는 일정도 많다. 한국에서 쇼핑하고, 음식을 사먹고 숙박을 할 때 자신이 가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GLN에 접속하면 본인이 가진 전자화폐를 한국에서 결제할 수 있고, 쿠폰을 쓸 수 있게 된다. 외국인들 역시 본인이 쓰고 있는 뱅킹 앱에 접속해 ‘GLN'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GLN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된다.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 뿐만 아니라 서울, 제주 등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와 그 장소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소개해준다. 가령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한류에 열광하는 외국인이라면 GLN에 접속해 인기 아이돌 그룹의 기획사가 제공하는 아이돌그룹 홀로그램 공연 20% 할인 쿠폰을 내려 받을 수 있다. GLN 앱에서는 단순히 할인 쿠폰 뿐만 아니라 공연장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설명도 있으니 찾아가서 쿠폰을 제시해서 결제를 하면 된다.
 
-해외여행자들에게 '언어의 장벽' 문제가 만만치 않을 텐데.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증강현실(AR) 서비스도 담고 있다.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식당을 비추기만 하면 식당 이름은 물론, 제공하는 메뉴와 이용자 후기까지 한번에 볼 수 있다. 식당에 들어간 이후에도 AR서비스를 이용해 메뉴판을 촬영하면 해당 음식의 사진과 먹는 방법, 결제 시 이용할 수 있는 쿠폰 정보 등을 제공한다. 평창이 생소한 외국인들에게는 여행 코스도 추천한다.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추천 여행 코스는 방문객들의 길잡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평창 지역의 자영업자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12월 현재 7개 언어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내년까지 21개 언어로 늘릴 예정이다. 여기에 와이파이와 같은 데이터 통신이 제한된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뿐만 아니라 여행, 유통, 엔터 등을 총망라하는 것 같다.
 
GLN 플랫폼은 소비자가 있는 산업이라면 모두 연결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여행사, 항공사 등 회사들은 비대면 고객 채널을 키우기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갖고 있다. GLN은 API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각 사의 애플리케이션에 GLN 버튼만 추가해주면 된다. 태국의 경우 현지 1위 은행과 제휴를 맺었으며, 최대 유통업체인 센트럴그룹과도 이미 조인을 했다. 센트럴그룹은 백화점이나 콘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태국에 여행을 갔을 때 GLN이라는 중간 플랫폼을 통해 쿠폰을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이 후원 은행으로 참여를 하는 평창 올림픽도 중요한 시험대다. 이어 2018년 러시아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 등 범아시아 국가에서 국제 행사가 많고 글로벌 여행객들의 이동이 많은데 이것을 기반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평창올림픽을 첫 단추로 보고 올림픽 개최 한 달 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에는 국내 호텔에서 GLN 컨소시엄을 열어 11개국 30여개사 주요 인사를 초대했다. 모두 하나은행의 GLN 플랫폼과 제휴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디지털 머니에 쿠폰만 있는 게 아닌데 확장 가능성이 있나. 
물론, 쿠폰은 시험서비스일 뿐 최종 버전이 아니다. GLN을 통해 주고받고 쓸 수 있는 디지털 머니의 종류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항공 마일리지와 각종 포인트, 상품권 등이 해당된다. 내가 갖고 있는 금융 포인트를 대만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바꿀 수 있고, 반대로 대만에서 쓰던 포인트를 귀국한 뒤 다시 쓸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다. 하나금융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에 10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있는 고객이 간단한 인증 작업을 통해서 대만 현지 은행의 대만 달러로 자신의 포인트를 바꿀 수 있는 식이다. 개인과 기업간의 쿠폰 거래, 개인간의 송금 거래는 메커니즘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송금, 결제 모두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는 우리 정부나 전세계적으로 여러 이슈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차원의 디지털 자산 교환이라는 개념은 국내에서 처음 보는 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 하나은행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왔다. 스마트폰 뱅킹을 국내 은행권 처음으로 만들었고, 전자지갑도 맨 처음 도입한 곳이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미래금융그룹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여러 조직과의 협업을 끌어내는 조직이다. 저 역시 미래금융그룹의 전신인 신사업부때부터 있었다. 금융업이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도전의 연속이다. 하나은행의 GLN 역시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국제금융결제망을 주도하는 현재의 '스위프트'라는 조직도 시작은 불안했다.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 국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이뤄냈고, 다른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참여하면서 국제 금융 네트워크로 자리잡은 것이다. 하나은행은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국제 금융 플랫폼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먼저 찾는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진다'고 항상 생각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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