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병호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입니다.
(피플)"중일, 철강 양대산맥 부상…구조조정·수요개발로 대응해야"

"올해보다 내년이 걱정…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되면 수출길 막혀"

2017-12-15 07:00

조회수 : 3,54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2018년은 한국 철강사의 5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 해다. 1968년 한적한 어촌이었던 포항에서 대한민국은 첫 쇳물을 생산했다. 포항제철을 전신으로 한 포스코는 반세기만에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글로벌 철강사가 됐으며,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을 통해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수직계열의 꿈을 완성했다.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입 규모는 세계 4위(2016년 기준)이며, 불모지였던 대한민국 철강 지도는 1000여곳의 철강업체를 자랑하는 강국으로 변모했다. 산업화로 대변되는 고도 압축성장기의 근간 또한 철강이었다.
 
화려했던 영광을 뒤고 하고 철강은 2010년 이후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중국은 특유의 물량과 가격 공세로 과잉공급의 진앙이 됐다. 여기에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통상압박을 가하고 있다. G2의 공세에, 글로벌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로 한국 철강은 갈 곳을 잃었다. 내수에서는 주요 공급처였던 조선과 건설의 침체에 직면해 있다.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이 진정되며 다소 실적이 회복됐지만 중장기적인 위기감마저 털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철강협회의 송재빈 부회장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함께 향후 한국 철강 미래에 대해 조망해봤다. 철강협회는 1975년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올해 철강업계를 돌아보고 내년 업황을 전망한다면.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걱정이 많은 한 해였다. 정치·경제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빈번했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도 영향을 줬다. 무역협회와 철강협회간 통계가 약간 다르지만 대략 국내 수출기업의 48%가 보호무역주의 규제를 받는다. 굉장히 많은 숫자다. 중국 다음이다. 그런 와중에 철강업계가 잘 견뎌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예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전망됐는데, 다행히 파이프 부문에서 선방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374만톤을 수출했는데, 올해는 350만톤 정도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올해 대미 수출이 11월까지 329만톤, 지난해보다 4% 정도 줄었다. 내년 미국시장 수요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규제안)가 발동되면 앞길이 막막해진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 철강사들이 정부로부터 값싼 전기요금을 보장받아 사실상 보조금을 지원받는 셈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트집이다. 우리가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지금 미국이 232조를 거론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 다소 과하게 불합리성을 내포하면서도 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미국 내 불황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이다.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사진/한국철강협회
 
중국의 과잉공급과 저가 철강재를 업계를 괴롭히는 최대 난제다.  
 
세계적으로 중국이 공공의 적이 됐다. 중국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왜 우리만 줄이라는 것이냐, 수출 많이 하는 나라들도 같이 줄여라"는 식이다.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난해 12월 '철강글로벌포럼'이 발족했지만 중국이 참여를 거부했다. 지금 중국은 공급과잉 문제와 함께 저가·불량 철강재 생산이 많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중국산에 대해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 제가 철강협회 부회장이 되고 가장 역점을 둔 것도 국회, 소비자단체와 함께 중국산 저가 철강재 문제를 제기해서 국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국제적인 비난을 의식하고 자국 철강업을 위해서라도 공급과잉과 저가 철강재 문제를 자체 해소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은 능력이 안 되는 제철소를 정리해 진짜 대표선수들만 남기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경쟁력은 지금보다 높아진다. 우리가 진정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 철강업계도 선제적 구조조정이 화두다.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중국도 대형제철소 방향으로 가고, 일본도 고베제강이 최근 품질 문제를 겪은 탓에 어디론가 흡수될 듯 보인다. 앞으로 중국과 일본의 대형제철소가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만 있을 수 없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대형제철소부터 중소업체까지 독과점 문제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합종연횡이든, 협력하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H형강, 후판, 파이프 등 집중분야를 다르게 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
 
수요개발 문제도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에 안전하지 않다. 지난달 발생한 포항 지진만 봐도 학교와 아파트 등 시설물이 안전하지 않았다. 기존에 내진설계가 안 된 아파트, 도심에 있는 5층 이하 다가구·다세대 주택은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안전의 문제다. 이런 시설물을 보강할 때 내장재로 보강하기보다 H형강 등으로 외부를 보강하는 게 더 안전하다. 교량도 국지성 호우가 닥치고 홍수가 생기면 보강을 해야 하는데, 기존 콘크리트로 하면 타설을 하고 굳어지는데 시간이 필요해서 보수가 어렵다. 하지만 철강을 가지고 A타입, B타입 등으로 모듈화를 하면 어디서든 활용이 가능하고 금방 용접해 쓸 수 있다. 당분간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 추세고, 수출도 보호무역주의 여파에 지장을 받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적극적인 철강 수요개발이 필요하다.
 
철강업계가 하반기 후판 가격을 올렸다. 불황을 겪는 조선업계는 가격인상에 합의했으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다른 업종과의 협력은.
 
조선업 경기 자체가 많이 안 좋다. 언제 회복될 지 알 수 없다. 세계적인 컨설팅사들이 낸 보고서를 봐도 당분간 조선업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 조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후판은 적자를 보다가 이번처럼 가격을 올려서 겨우 유지하는 형편이 될 것이다. 가장 슬기로운 방법은 새로운 후판 수요를 발굴해 내수를 확장하는 것인데,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결국 이 문제도 구조조정과 연결된다. 선제적이고 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노력이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중국은 정부가 강력하게 주도하는 나라이고, 일본은 특유의 조직이론이 있어서 위기 때는 하나로 모인다. 우리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 1월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7 철강업계 신년회'에 참석한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사진 맨 왼쪽). 사진 왼쪽부터 송재빈 부회장, 손봉락 TCC동양 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권오준 한국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들어 탈원전 등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철강도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철강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국내 산업계에서 둘째로 많다.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이 15% 정도다. 고로에서 제일 많이 나오고, 전기로는 그보다는 적다. 다만, 우리나라 고로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훌륭하다. 일본에 버금가는 효율적 고로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용광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적 고로다. 현대제철의 기술력도 우수하다. 이런 기술을 가진 철강사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물론 불을 때는 데 아예 연기가 안 날 수는 없지 않겠나. 환경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 철강업계도 더 노력하고 관심을 가질 분야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이 적용된다. 중소 철강사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감한 문제다. 일부는 미리 준비해서 대응하는데, 준비가 덜 된 회사도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은 팔로우업해 나가야겠지만 실제 상황을 본다면 어려운 면이 있다. 최저임금 제도를 완비하는 게 먼저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한 후 30인 미만 영세기업을 지원하려고 내년 3조원을 집행한다고 한다. 이는 여건이 안 되는 곳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회사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노동자도 소중한 자원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거쳤으면 좋겠다.
 
앞으로 철강업계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차별화가 정말 중요하다. 남이 못 만드는 것을 만들어 비싸게 팔아야 한다. 업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핵심이다. 미국은 철강왕 카네기를 배출했는데, 지금 와서 이렇게 어렵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다. 일본도 고베제강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일본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빨라져 정교한 기술과 장인정신의 맥이 끊기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허점이 보이는데, 우리가 그 틈을 노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철강협회는 앞으로 철강업을 이끌어갈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그게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