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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현장에서)가상화폐 잘못된 정보, 금융소비자는 무슨 죄

2017-1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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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왜 이제와서 뒷북치는건지 미치고 팔짝 뛰겠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가상계좌 발급을 중지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힌 것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의 주무 부처가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바뀜에 따라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한다는 내용들이다.
 
가상계좌로 입금 후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는 거래소의 구조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평소 알고 있는 거래소 관계자들에게 연락했다. 관계자들은 ‘악의적인 기사’라고 평가했다.
 
'거래소 입장에서 하는 당연한 말이겠거니' 싶었지만, 이유를 물어보자 전혀 다른 증언이 쏟아졌다.
 
그 증언들을 토대로 확인한 결과 최근 시중은행들의 잇따른 가상계좌 발급 중단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게 내년부터 본인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가상계좌와 투자자 본인 통장을 1대 1 매칭 시키는 시스템 개발을 유도해 가상화폐가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농협은행·JB은행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확인 결과 이중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정도가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다.
 
즉, 이 두 은행 외에는 금감원이 요구하는 본인확인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은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개발완료되지 않는 이상 가상계좌를 발급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한데 은행들이 최근 정부의 방침에 맞춰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한 것 처럼 여론이 알려지니 거래소 입장에서 답답할 만도 했다.
 
그리고 답답한 입장은 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을 통해 처음 가상계좌 발급 중단 은행으로 지목된 곳은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우리은행 3곳이었다.
 
우리은행은 현재 내년 2월을 목표로 차세대시스템 도입을 위한 메인전산기기 교체작업을 진행중으로 금감원이 요구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이 어렵다고 일찍이 판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 개발 작업 때문에 10월 쯤에 우리와 거래를 자제해달라고 거래소에 미리 알렸는데, 최근 불거진 가상화폐에 대한 위험성 때문인 것처럼 알려지며 오해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성격상, 정부의 규제 방향에 맞춘 부분도 일부 있지만, 이 외에 굳이 산은이 다뤄야 할 부분도 아니고, 본인확인 시스템 개발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 비용 소모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결코 최근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반면,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높게 보고 이번 정부의 조치 전에 빗썸 등 모든 거래소와 미리 관계를 정리한 국민은행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이면에는 은행권과 금감원의 책임이 적지 않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와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 은행 한 곳 조차 가상계좌와 관련된 설명에 나서는 곳이 없다.
 
금감원 또한 일찍부터 확정한 본인확인 시스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아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덧붙여 올해가 끝나기까지 보름 가량 남았지만 금감원은 어느 은행이 시스템을 개발하는지, 하지 않기로 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4차산업의 산물로, 새로운 분야다. 관련 기관들이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피해는 금융소비자들의 몫이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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