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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박래군의 인권이야기)여성의 봉기는 인류의 봉기

2018-03-07 06:00

조회수 : 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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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봉기하고 있다. 그 봉기는 거세다. 서지현 검사가 TV에 나와서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평창동계올림픽의 뜨거웠던 열기도 미투운동을 잠재우지 못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상사가 하급자에게, 교수가 제자에게, 성직자가 신도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가했던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의 어두운 범죄들이 속속 폭로되었다. 어느 것 하나 충격이지 않은 게 없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성범죄도 폭로되었다.
 
마침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럿거스 광장에서 1만 5천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서 행진을 했던 날, 그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미국의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은 <빵과 장미>라는 시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의 삶은 착취당하지 않아야 하지만/ 마음과 몸 모두 굶주린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장미를 달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그는 같은 시에서 “여성이 봉기한다는 것은 인류가 봉기한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펜하임의 시처럼 여성들이 봉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이 유럽으로 넘어갔고, 로마 교황청도 성직자들의 성범죄 사실들이 폭로되어 교황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미투운동이 세계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건 그만큼 여성들이 남성과 등등한 지위에 있지 못하고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투운동에서 피해자들의 피해의 공통점은 전혀 모르는 이에게 당했다는 게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고 대체로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게 당했다는 점이다. 세상의 여성은 권력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처해 있다. 폭로해도 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2차, 3차 피해를 당한다는 두려움 또한 공통점이다.
 
그런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말하는 것 자체가 봉기다. 그 봉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마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가 외쳤던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에서부터 아닐까? 침몰하는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렸던 세월호의 승객들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하면서 “가만히 있음”은 죽음이라는 자각이 모두에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자각은 박근혜 정권의 탄압 속에서 공감을 넓혀갔고, 급기야는 국정농단을 보고는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끝내 평화적인 시위로 권력자를 감옥에 보냈다.
 
이 광장의 촛불 시위를 ‘촛불시민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광장에서 촛불은 꺼졌고, 혁명적인 변화를 이루었던 이들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주권자의 목소리를 한껏 내던 사람들은 이제 새 정부의 개혁을 바라보는 수동시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혁명은 끝난 줄 알았다. 광장에서 힘을 확인한 사람들은 변화를 모색하고, 조건이 만들어지면 금세 광장의 촛불로 변할 준비가 된다.
 
그래서 미투운동에서 확인되듯이 촛불시민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참사에서 촛불의 광장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주체는 여성들이었다. 그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다그치는 행동에 나섰다. 그러므로 이는 혁명이다. 이 혁명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혁명이 청년층으로 번지고, 노동자층으로 번져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민주주의는 온갖 갑질과 횡포에 설움을 당해야 했던 이들이 스스로의 존엄을 찾아나서는 그런 혁명과정일 것이다. 위계와 권위에 짓눌린 직장과 조직문화를 깨고 평등한 권리의 주체로 서는 일, 그게 혁명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래서 미투 운동이 위드유 운동으로 확장되고, 그 운동으로 성평등의 세상으로 큰 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촛불시민혁명에 참가한 시민들의 책무다. 촛불시민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미투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평등세상이고, 그게 지금 2018년의 민주주의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근본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중이다. 여성의 봉기가 모든 ‘을들’의 봉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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