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의중

zerg@etomato.com

반갑습니다.
(토마토칼럼)미투를 보는 또 다른 시선

2018-03-14 06:00

조회수 : 5,28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김의중 국회팀장
미투 운동은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제안했다.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희롱과 성추행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다.
 
미투를 통해 드러난 성폭력 대부분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남성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 하급자나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이 가장 손쉬운 접근 대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성폭력의 정도도 기울어진 힘의 무게추에 비례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서지현 검사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이후 미투 운동이 각계각층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그 외 이런 저런 얘기들 대부분은 수면 아래서 맴돌지만, 언제 떠오를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자고 일어나면 유력 정치인 아무개가 성폭행을 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일련의 일들 모두 미투 운동이 아니었다면 드러나기 어려웠을 사건들이다. 미투의 범위도 위계에 의한 성범죄로 국한해선 안 된다. 모든 성범죄로 대상과 범위를 넓혀야 한다. 남성들이 더 각성하고 여성에 대한 성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데도 동의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이 무엇이 됐든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면 부정적 측면도 있기 마련이다. 미투 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어느새 여성들은 남성 자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게 됐다. 그동안 편하게 지내온 여성 동료와 선후배들. 이제는 예전처럼 편하게 술자리를 할 수 없게 됐다. 직장에서는 “여자와 단둘이 술자리 자체를 하지 말아라” “난 상대가 누구든 여자와 단독으로 만나지 않는다”는 말들을 자랑스레 쏟아낸다. 미투와 거리를 두려는 의도다.
 
직장에선 술자리 자체가 급격히 줄었고, 각종 모임에서 여성 참석이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행여 신체적 접촉이 생길까 두려워 거리를 두고 농담도 마음대로 못한다. 여성에게 “예쁘다”는 말만 해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웃픈 얘기도 나온다. 소규모 기업인들로부터 여성 채용 자체를 꺼린다는 얘기가 들리고 일부는 ‘이러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에 이르렀다. 성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왜곡된 시스템을 바로잡으려 시작했던 미투 운동이 오히려 여성에 가두리를 치고 소통을 단절하는 기형적 구조를 양산한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와 냄비근성이 합쳐진 삐뚤어진 인식도 짚어볼 일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정말 가해자일까. 미투로 드러난 성폭력 사건 중 상당수가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진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음에도, 여론은 이미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쓰레기 취급해 버린다. 인터넷에선 사냥감을 찾은 듯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고,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까지 등장시켜 이중삼중으로 가해자를 몰아붙인다.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유죄추정으로 뒤집혀 가해자가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다. 한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이루어지는 미투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했다. 일단 가해자로 지목된 이상 빠져나갈 길은 없다. 나중에 무죄로 밝혀지더라도 그땐 이미 상황 종료다. 분명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는 아니다.
 
미투 운동 창시자인 버크는 “미투는 성폭력을 겪은 이들 모두를 위한 것이지 여성운동이 아니다”라며 “미투 운동은 배타적 대립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투 부작용이 운동 자체를 변질시킬까 하는 우려다. 미투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의도된 혹은 거짓 폭로, 여론재판과 같은 작금의 폐단에 대한 정화 없이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이런 정화 노력이 병행될 때 미투도 사회 부조리와 남성의 인식을 바꾸는 건전한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의중 국회팀장
  • 김의중

반갑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