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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마트토이에 '놀이+교육' 콘텐츠 담는 '플랫폼 서비스' 꿈꾼다"

'반짝커' 히트시킨 지피트리 양성원 대표 "에듀테크 기업으로서 한발 전진…올해 중국 성과 기대"

2018-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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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스마트폰에 빠져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놀아달라고만 자꾸 조르는 아이들을 메이커스(makers)의 세계로 인도해낼 수는 없을까. 에듀테크 전문기업 지피트리의 '키난빌 반짝커'는 풍부한 색감을 지닌 반짝이는 스티커로 나만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재미를 맛보게 하는 동시에 부모에게는 자유시간을 선사하는 기특한 제품이다. 컬러링북 열풍이 한창이던 2014년, 지피트리의 양성원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그 해에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대해 치열하게 의논한 결과 '반짝커'를 출시했고, 마침내 괄목할 만한 성장의 열매도 맛 볼 수 있었다.
 
양성원 지피트리 대표는 놀이와 교육,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며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마음껏 즐기도록 영감을 제공(Inspire to enjoy the possibility)하는 에듀테크 전문기업으로 회사를 성장 시키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에서 공부한 후 카이스트에서 MBA를 마친 양 대표의 주 전공은 전자공학이다. IT를 기반으로 한 창업의 꿈은 대학시절부터 키웠다. 우선 1996년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 IT 분야 벤처기업에서 4년을 보냈고, 2000년부터는 한국휴렛패커드에서 IT기술 관련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2005년 보험 영업 일을 거쳐 마침내 2010년에 창업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을 상대로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한 솔루션을 공급하는 IT기반 비즈니스로 시작했지만 역시나 창업은 쉽지 않았다. 절치부심하던 양 대표가 지피트리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첫번째 비결은 다름 아닌 직원들이었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양 대표는 지피트리가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과 향후 비전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직원들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았다. "교만한 사람하고는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잖아요.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중 하나가 'work together with humility'인데, 다들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일하고 있어서 너무 고맙죠." 열정적이고 애사심이 큰 직원들 덕에 처음에는 두셋이서 시작했던 회사 지피트리는 어느 덧 세 개의 사업부문에 걸쳐 20여명이 함께 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지피트리의 현재 목표는 스마트토이 제품군에 놀이와 교육을 접목시킨 지피트리의 콘텐츠를 담아 아시아 시장에서 서비스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꿈은 어느덧 현실에 한발 가까이 가고 있다. 그간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 '키난코', '잡스코딩'을 잇따라 내놓으며 사업을 다각화해왔고, 세계 최초 AR&VR 지도인 '월드맵포탈', 육아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에디케어' 등 스마트토이 군도 이제 막 시장에 본격 진출할 채비를 마쳐가고 있다. 지피트리의 이같은 비전에 힘을 실어줄 믿음직한 전략적 투자자도 하나둘씩 붙는 중이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지피트리의 양성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양성원 지피트리 대표. 사진/지피트리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대학교 때부터 창업을 하고 싶어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싶은 생각과 열망이 워낙 많았는데 그러다가 창업을 시도한 거다. 2010년에 창업한 지피트리의 경우는 직장동료로 만난 공동창업자 1명과 함께 지인 2명 정도를 더 붙여서 시작한 회사다.
 
-IT전문가로 일하다 보험 영업을 한 이력이 굉장히 독특하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영업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인가.
 
아니다. 친구의 권유로 하게 됐다. 제가 생각해도 제 이력상 독특하다. 돌이켜 보면 사업을 하는 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지피트리의 대표적 히트상품인 스티커형 놀이교구 '키난빌 반짝커'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2014년에 사업계획을 짜면서 어떻게 하면 2014년에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우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키 큰 난쟁이들의 빌리지'라는 뜻을 담은 '키난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어떤 제품을 만들까 고민을 했는데 '반짝커' 제품은 우리 직원들이 외국사례를 참고해 낸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외국에는 아예 포일 아트(foil art)라고 하는 장르가 있다. 그런데 당시까지는 한국에서 적용된 바가 없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막상 직접 제조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조 또한 처음 해보다보니 첫해에는 아무래도 미숙한 부분이 많았고 손해도 많이 봤다.
 
-상황에 반전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금전적인 부분, 파트너와의 만남, 그 과정에서 들은 조언 등 주변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다. 2015년에 반짝커 제품과 관련해 광고를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제안을 받았다. 제품력 자체는 좋은 만큼 아마도 광고, 마케팅이 이 제품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협력사와 함께 케이블TV 인포머셜 광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인포머셜 광고를 기획하면서 모델이 누가 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종이접기로 유명한 김영만 선생님을 섭외했다. 운 좋게도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았다. 김영만 선생님이 저희 제품과도 잘 맞았고, 마침 그 때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셨다. 그 분을 잘 아는 사람들이 5~6살 아이들의 엄마가 된 시기이기도 했다.
 
-키난빌, 반짝커 등 독특한 이름들을 많이 지었는데, 사명인 지피트리는 무슨 뜻인가.
 
지피트리(GPtree)는 'Great Profits to be Generous Partner'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좋은 이윤을 만들어서 많이 베푸는 파트너가 되자'는 거다. 처음부터 특정 분야로 한정해 사명을 짓지 않았다. 비즈니스를 해서 남 좋은 일 시키는 게 목표 중 하나다.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많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이 Generous Partner다. 그러기 위해 좋은 이윤을 만들어내자 해서, Great Profits를 붙였다.
 
-조심스런 질문이지만 혹시 신체적인 약함이 이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 것인가. 
 
그렇다. 후천적 소아마비를 앓은 제가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좋은 외국계 회사도 다닐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니 저희 부모님이 저를 섬겨주셨기 때문이더라.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다르게 얘기하면 저보다 강한 자가 저를 섬겨주신 거다. 사회를 보면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착취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사실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섬겨야 이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 혜택을 저도 받았다. 이 사회가 저한테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거고, 좋은 회사가 저한테 문을 열어줬기 때문에 그런 포지셔닝에 있을 수 있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섬긴다는 건 다시 말하면 건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섬기고, 많이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을 섬기고,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섬기고, 지혜가 많은 사람이 지혜가 부족한 사람을 섬기고, 감성적으로 풍성한 사람이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섬기는 거다. 이래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으로 Generous Partner에 대해 고민하며 사명을 지었다.
  
-현재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인데 각 사업 부문을 소개한다면.
 
저희 회사의 비전이 'Invent the way of Play and Education', '놀이와 교육 방식의 혁신'인데 이 비전 아래 크게 세 가지로 사업이 나뉜다. 먼저 놀이와 관련된 제품을 파는 부문으로 '토이 커머스(Toy Commerce)'가 있는데, 여기는 반짝커 외에 저희가 유통하는 제품들을 B2C로 다룬다. 또 교육 영역은 '에듀테크(EduTech)' 사업부가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인벤트(Invent)' 사업부에서는 놀이와 교육에 기술을 좀 얹어서 혁신적인 놀이, 혁신적인 교육의 방식을 제시하고 그걸 제품화하거나 서비스화하는 걸 맡는다. AR&VR 세계지도 '월드맵포탈', 육아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에디케어' 같은 스마트토이 군이 다 인벤트 사업부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인벤트 팀은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제품을 이제 막 출시하는 팀이기 때문에 매출이 거의 없고, 커머스 사업부와 에듀테크 사업부가 거의 반반씩 매출을 내고 있다. 커머스 사업부의 '반짝커'가 히트 상품이지만 에듀테크 부문의 매출이 많이 올라왔다. 올해는 더 올라올 것 같다.
 
-올해 매출은 얼마나 나올 것 같나.
 
올해는 작년의 두 배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직원분들이 영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에디케어' 제품은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고, '월드맵포탈'도 올해 새롭게 다시 출시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
 
-주니어 대상 '잡스코딩', 유아 대상 '키난코' 등 다양한 제품들도 출시하고 있는데.
 
일단 창의력 사고를 기르는 차원의 제품인 '키난코'는 정부기관과 유치원에 공급하고 있다. 초등학생을대상으로는 '잡스코딩'이라는 주니어 코딩브랜드를 만들어 프로그램과 교구를 학원이나 공부방에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교원 등에 여러가지 OEM제품을 기획해서 공급 중이다.
 
-창업 후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여러 번 받았는데 사업을 하는 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월드맵포탈'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지원패키지에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에디케어'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소재부문 R&D 지원을 받았다. 지원이 없었으면 제품을 이 정도 완성하기가 힘들었을 거다. 웹서밋(WebSummit)이나 MWC(Mobile World Congress) 등 해외 컨퍼런스 혹은 박람회에 참석해 스피치를 하거나 견학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도 정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밖에 일궈낸 주요 성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스마트토이와 관련한 저희 아이디어가 창의·혁신 부문에서 인정받아 중기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또 저희 회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 통계업체인 스타티스타가 선정하는 '아태지역 1000대 성장우량기업 어워즈(FT 1000 High-Growth Companies Asia-Pacific)'에 106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데이터를 기준으로 선정한 결과다.
 
-아동 완구 시장과 기술 시장을 아우르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트렌드 파악이 중요할 것 같다. 시장 조사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전시회 나가서 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독일 뉘른베르크 박람회, 아시아에서 제일 큰 토이 페어인 홍콩 박람회를 다녀왔다. 이밖에 상하이에서 하는 토이페어도 있고 도쿄 토이페어도 있다. 저마다 독특하다. 독일, 홍콩, 중국, 일본의 경우가 다 다르다. 미국 쪽만 안 가봤는데 내년에는 뉴욕에서 하는 토이페어도 가려고 하고 있다.
 
플레이 에듀테크 전문기업 '지피트리'가 지난 2월26일부터 3월1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산업 컨퍼런스 'MWC 2018'에 정부 초청으로 참가해 바이어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지피트리
 
-완구시장과 교육시장의 경우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인정받고 있지만 출산율이 워낙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완구시장의 경우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완구를 굳이 사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휴대폰 같은 대체물이 많기 때문이다. 마트로 가는 인구도 줄었을 뿐더러 마트에서 아이가 충동구매를 요구하는 비율 자체가 줄었다.
 
오히려 기회는 교육시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말고 아시아 시장을 크게 보고 있다. 한국은 기술력과 제조력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아, 초등학교 쪽 교육적 콘텐츠는 굉장히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우에는 사실 그 나라 말로 된 동화를 찾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교육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다. 사교육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다. 책도 많이 사주고, 놀이 체험도 많이 시켜주다가중학교 이후로 학교 교육 위주로 가는 편이다.
 
유아, 초등학교 교육 쪽 콘텐츠를 보면 한국만의 색깔이 있다. 미국, 유럽과 다르면서도 굉장히 풍부하다. 교육과 콘텐츠 시스템을 비롯해 생태계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시대적으로 봐도 놀이와 교육이 접목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IT기술이 접목되면 아시아 시장에서 큰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코딩을 응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코딩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코딩 자체를 배우는 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고 아이들에게 성취감이 생기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교육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을 'maker movement'에 동참을 시키는 거다.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본인의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아무 것도 만들지 못하면 의미가 떨어진다. 가령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아도 그걸 손이나 그래픽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디자이너는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 또 몽상가로서 시상도 많이 떠오르고 스토리도 떠오르는데 그걸 글로 표현하지 못하고 타이핑을 해내지 못하면 아무 필요가 없지 않나. 그와 똑같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그걸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런 앱이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이런 상품이 나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 이걸 외주를 줘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해보는 게 중요하다. 간단하게 코딩을 해보면 이게 작동이 되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대학교 내에서 적용한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서비스에서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킨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이다. 마크한테는 자기가 생각한 것에 대한 초기 버전을 만들어내는 작은 힘이 있었다. 그게 메이커십(makership)인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특별히 넓히고 싶은 사업군이 있다면.
 
에듀테크 기업으로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스마트토이를 매개체로 삼아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코딩교육 콘텐츠들을 다양한 언어로 적용해 실으려 한다. 중국 외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정도를 보고 있다. 아시아의 다양한 업체들과 제휴도 하고 싶다. 지피트리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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