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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협

(사회책임)올림픽은 끝났지만 평창은 지속된다

평창올림픽,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로 기억돼야

2018-03-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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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평창 패럴림픽 폐회식을 끝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올림픽은 스포츠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세계인의 축제이다. 2018년의 시작에서 평창은 선수 개개인이 지난 4년간 갈고닦은 노력이 빛나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평창 패럴림픽은 자신의 한계를 끝없이 뛰어넘는 사람들의 과정을 더욱 값지게 보여주어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북한 응원단 초청과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통해 평화 과제 또한 성공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국은 또 한 번의 메가스포츠를 치르면서 국민과 그리고 세계와 소통했다.
 
“스포츠로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창설자 쿠베르탱의 말처럼 그동안 올림픽은 국제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장치로 기대되었다. 나아가 국제연합(UN)은 스포츠가 사회발전, 평화, 인권 증진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믿고 있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메가스포츠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유엔은 강조한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도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였다. 2017년 7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공동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의 성공 개최와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대회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 원칙을 적용했다. 더불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이라는 유치 비전과 함께 평창 지속가능성 비전인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지평 개척-인간과 자연을 더욱 윤택하게”를 내놓았다.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자연과의 조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내포하는 비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로서 어떠한 성과를 올렸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
‘메가이벤트(mega-event)’는 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대중에게 어필하는 국제적 이벤트이다. 장소를 옮기며 한 번만 개최되는 것이 특징이며 유치 국가와 지역은 메가이벤트로 인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만큼 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이 과열되기도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볼 수 있듯이 국제 갈등을 완화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하지만 메가스포츠의 국내외 파급력이 확실해진 만큼 그에 대한 평가도 엄격해졌다. 지역 활성화가 지속될 수 있는지, 대회로 인해 환경적 손실은 없었는지, 세계 평화라는 목적을 위해 최선을 기울였는지 등 대회가 끝난 후에도 다방면에서 책임에 답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메가스포츠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메가스포츠이벤트에 있어 ‘지속가능성’ 개념은 19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스포츠와 관련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 노력을 담은 협력 협정을 맺으면서 공식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1년 후 설립된 스포츠와 환경 위원회는 지금까지도 IOC에 스포츠와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1996년에는 올림픽 헌장에 환경 보호 내용이 추가되면서 IOC는 지속가능발전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도입한 초기 메가스포츠는 1994년도 노르웨이에서 치러진 릴레함메르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다. 노르웨이는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통해 자국의 환경 보호 정책들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시드니 올림픽은 에너지, 수자원 보호, 쓰레기 관리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올림픽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환경에 초점을 맞춘 올림픽의 솔선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사회·환경·경제 세 가지 영역을 아우르는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 TBL)을 정식적으로 차용한 올림픽 체계를 도입했다. TBL은 영국 자문 회사 SustainAbility의 회장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이 제시한 개념으로 재무적·환경적·사회적 성과를, 즉 세 가지 ‘보텀 라인’을 통합한 기업보고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비즈니스는 기업 내의 이윤(Profit)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뜻하는 사람(People)과 환경적 책임을 말하는 지구(Planet)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와 관련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촌과 주변 단지는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플래티넘 등급을 받으면서 지속가능한 도시 계획의 좋은 예로 언급된다. 지역사회, NGO, 정부 기관과 민간 부문이 협력하여 스포츠와 관련된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12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바이오리저널(BioRegional)·세계자연기금(WWF)과 함께 “하나의 지구 올림픽을 향하여(Towards a One Planet Olympics)” 개념을 정립했다. 대회 준비부터 실제 올림픽 대회 기간, 사후 활용 방안까지 이 개념이 적용되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반부패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유엔글로벌콤팩트와 에토스 인스티튜트(Ethos Institute)는 투명성과 청렴성 향상을 위해 5년간 “스타디움 안팎의 깨끗한 게임(Clean Games Inside and Outside of the Stadium)”을 운영했다. 건설, 에너지, 교통, 의료기기와 같은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의 반부패 서약을 비롯하여 주지사, 시장 등 공직자들과도 청렴성 협정(Transparency Pact)를 맺고 공공비 지출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바 있다. 메가스포츠를 계기로 브라질의 고질적 문제인 부패를 해결하기 위해 힘쓴 것이다. 기업이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분야의 10대 원칙을 기업의 운영과 경영전략에 내재화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기업시민 이니셔티브인 유엔글로벌콤펙트는 메가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평창에서는 ‘지속가능한 메가 스포츠 캠페인’
세계적 움직임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합류했다. 2017년 7월 체결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의 성공 개최와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은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전반에 있어 환경·사회·거버넌스(ESG)를 포괄하는 지속가능성 원칙을 적용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평창동계올림픽 공식파트너이자 UNGC 회원사들이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SDGs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유엔과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새로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말한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의 회원 중 KT, 코카콜라, KEB하나은행을 포함한 21개 기업이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이후 UNGC 한국협회는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 공동노력 캠페인’ 설명회와 ‘UNGC Korea Leaders Summit 2017’을 통해 ‘공동노력(Collective Action) 캠페인’을 홍보했다. 또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평창동계올림픽 과정 전반에 걸쳐 평창 지속가능성 비전을 유도하고 SDGs에 관한 인식을 제고했다. 다음달 초에는 UNGC 회원사이자 대회 공식파트너/스폰서들의 대회 관련 사회적 책임 이행 및 지속가능성 활동을 담은 <UNGC 회원사/평창동계올림픽 후원사 지속가능성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UNGC 한국협회 박석범 사무총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이 SDGs 채택 이후 열린 첫 동계올림픽인 만큼, 이번 캠페인과 사례집 발간은 지속가능성에 관한 기업들의 인식을 확산하고,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사례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평창은 지속된다.”
‘인간과 자연을 윤택하게’라는 지속가능성 비전에 맞춰 평창 동계올림픽 지속가능성 파트너 기업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의 지역 발전과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시행했다.
 
올림픽이 유치된 지역이 대회가 끝난 후에도 자생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메가스포츠가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KT가 설립한 ‘평창 5G 빌리지’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기가스토리’의 일환으로 KT그룹이 보유한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핵심지역과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관령면 의야지 바람마을을 대상으로 IT 서비스를 지원해 관광을 활성화하고 마을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고자 시행되었다. 이 사업은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구감소 지역에 대한 통합지원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KEB 하나은행은 평창올림픽 기념상품 ‘하나 된 평창 통장’을 출시하며 연평균 잔액 대비 일정 금액만큼 은행이 기부금을 조성하도록 상품 약관을 마련했다. 이 예금을 통해 마련한 기부금은 동계스포츠 양성학교를 후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평창이 동계스포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5년간 꾸준히 후원함으로써 평창뿐만 아니라 정선, 강릉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의 높은 삶의 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기획되었다.
 
코카콜라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친환경 올림픽에 초점을 맞췄다. 코카콜라는 세계자연기금(WWF),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강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에코그린캠퍼스(삼양목장)와 함께 ‘통합적 수자원 관리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다. 대관령면에 물막이를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수자원 공급과 장기적인 생물다양성을 목표로 한다. 2016년 기준 2210억 리터를 환원한 ‘글로벌 물환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LH는 친환경 선수촌과 미디어촌을 건설했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녹색경영 원칙에 따라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효율을 위한 싱크용 절수기를 마련해 국내 ‘G-SEED’ 일반등급을 획득했다. 녹색 건축인증제인 ‘G-SEED’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주관으로 설계와 시공유지, 관리 등 건축의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한 건축물에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로서 거둔 성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지난 9일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 광경. 사진/뉴시스
서지윤 KSRN 기자
편집 KSRN 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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