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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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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로 대입해 보는 6·13 지방선거)민주-한국-바른 3자구도 관전포인트는

2018-04-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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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릴때부터 삼국지를 좋아했다. 이문열의 삼국지를 시작으로, 김홍신의 삼국지, 황석영의 삼국지, 그리고 요코야마 미쯔테루의 전략 삼국지 60권까지 읽었다. 최근에는 ‘신삼국’이라는 95부작의 중국드라마(중드)를 봤고, 요즘에는 ‘사마의 미완의 책사’라는 중드를 보고 있는 중이다. (사실 삼국지에 대한 관심은 일본 코에이사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 시리즈를 접하면서 생기게 됐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삼국지의 묘미는 주인공이 여러명인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만화책으로 봤던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였다. 유비의 세력은 조조의 위나라나, 손권의 오나라보다 약했다. 하지만 유비가 한황실 부흥이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거대세력과 끊임없이 맞서왔던 점이 끌렸다. 유비의 뒤를 이은 제갈량도 마찬가지였다. 두 주인공 모두 한황실 부흥과 조조 타도를 명분으로, 때로는 오나라와 동맹을 맺어 한나라를 찬탈한 위나라에 맞섰다.

이번 6·13 지방선거 구도를 보고 불현듯 삼국지가 생각났다. 삼국지의 위나라-오나라-촉나라 구도가 우리나라 정치의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구도와 닮았기 때문이다. 구도뿐만이 아니다. 국가 관 관계와 우리나라 정당 간 관계도 닮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위나라에 맞서기 위해 촉나라와 오나라는 동맹을 맺어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3자구도로 나뉘어 서로 칼을 겨눈다면 촉나라와 오나라는 위나라의 제물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당도 마찬가지다. 집권여당이자 원내1당인 민주당에 맞서기 위해 한국당과 바른당이 사안별로 유사한 입장을 내어 대응 중이다.

우리나라 정당 간 관계가 삼국지와 다른 점은 한국당과 바른당의 사이가 오나라와 촉나라 만큼 좋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에 따르면 오나라와 촉나라는 동맹을 맺은 가운데 국경 근처에서 자그마한 소란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서로에게 날을 세운 적은 없었다. 두 나라 간 대립은 위나라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당은 다르다. 서로를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 이야기도 나오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당에게 이번 선거는 광역단체장을 몇 명 배출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서로를 이기는 게 더 중요한 목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야권연대다. 한국당과 바른당이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야권연대를 하느냐, 아니면 보수 적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를 이기는데 집중하느냐다. 당장 수도권 선거부터 야권연대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김문수(서울)-남경필(경기)-유정복(인천)으로 라인업을 짠 한국당이 바른당과의 연대를 통해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색깔이 다른 두 당이 야권연대를 하면 그 명분은 무엇일까. 촉나라가 한황실 부흥, 조조 타도라는 명분을 갖고 위나라에 맞섰지만 사실 오나라도 자국 황제를 세웠다. 자국 황제를 세운 것은 한황실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촉나라는 어쩔 수 없이 오나라의 행태를 눈감아주고 동맹 관계를 맺어야 했다. 당시 촉나라는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는데 주력했다. 위나라와 오나라 양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한국당과 바른당이 연대를 위해 명분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실리를 취할 것인가.
 
사진/디시인사이드갤러리 삼국지13 화면 캡처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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