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창경

ckkim@etomato.com@etomato.com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한국 집값이 싼가요 비싼까요? (부제: 내용이 어떻든 불타오를 이야기)

집값 밸류에이션은 월세수익과 과거의 상승률로...읭?!

2018-04-19 16:00

조회수 : 2,25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우리나라 집값이 싼가요 비싼가요?
 
아, 대단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싸다고 하든 비싸다고 하든 그렇지 않다고 쌍수 들고 나설 분들이 많은, 제대로 불타오를 주제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에서 날아올 돌팔매질이 예상되니 벌써부터 덜덜 떨리는군요.
 
감정적으로는 분명히 비싼데, 이게 객관적으로 진짜 비싼 것인지 조 뭐시기마냥 갑질 프리패스 티켓을 물고 태어나기는커녕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벌이도 시원찮아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낄 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주식이라면 “밸류에이션 어쩌고”라도 해볼 텐데 말이죠.
 
그래서 그나마 근거자료로 내미는 것이 OECD평균이나 PIR, RIR입니다. PIR은 주택매매가격을 연간소득으로 나눠서 구한 수치이고, RIR은 렌트비용 그러니까 월세 대비 소득비율을 의미합니다. 벌이에 비해 집값이 얼마냐 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죠.
 
어떤 숫자가 나온다고 해도 어디부터 비싸고 어디부터 싼 것인가를 구분하는 절대적 기준선은 없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ROE 같은 이익률도 마찬가지죠. 동종업체 또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 상대비교를 해서 높고 낮음을 평가합니다. 여러 차례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이 수치로 보면 OECD 평균에 비해 낮습니다. 그러니까 평균보다 조금 쌉니다.
 
싸다는 결과를 믿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니, 저렇게 비싼데 무슨! 예,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만 팩트는 팩트입니다. 어쩌면 평균의 함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는 집들이 별나라 달나라에 속해있는 집들이라서 현실세계와는 거리가 있는데도 굳이 기준을 거기에 맞추다 보니 더 자괴감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의 할 얘기는 이게 아닙니다^^;;;
 
주택가격을 상대가치로 평가하지 않고 절대가치를 구해 따져보는 방법은 없을까요? 현재 이익률을 근거로 미래의 이익을 추정한 후 다시 현가로 할인해서 현재 적정주가를 구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대신증권에서 이와 비슷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작업을 해서 낸 리포트가 있더군요. 글로벌부동산팀에서 '국내부동산 시장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냈습니다. 굿굿굿이에요~! 정연우, 윤성노 연구원 님께 감사의 박수를...짝짝짝
 
방대한 시장전망을 담은 73페이지짜리 리포트인데 저는 적정가격에 대한 부분만 발췌해서 소개할까 합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부동산 주택가격은 적정가치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 2017년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 5,329만원으로 적정가치인 2억 6,178만원 대비 3.3% 낮은 수준이다. 최근 주택 매매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전국 평균 기준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다. 오히려 2016년부터는 평균 매매가격이 적정가치를 하회하고 있다. 주택의 적정가치는 2012년 2억 2,569만원에서 2017년 2억 6,178만원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평균 매매가격 역시 2013년 소폭 하락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2년 동안은 적정가치 상승폭을 하회하고 있다.”
 
2017년 기준 국내 주택의 적정가격이 얼마인지 콕 찍어서 명시했습니다. 2억 6178만원이랍니다. 그리고 평균 매매가격은 이보다 낮기 때문에 저평가라는 설명입니다. “아니. 서울이 아니라 지방이라고 해도, 30평대가 아니라도 그 가격은 훌쩍 넘는데 무슨 말이냐” 하시겠지만 전국엔 아파트만 있는 것도 아니죠. 다 쓰러져가는 시골 농가도 집은 집입니다.
 
저는 숫자가 얼마인지보다 그 숫자를 어떻게 구했는지가 훨씬 더 궁금합니다. 리포트에 나와 있습니다. 사용가치와 투자가치(미래 매각차익)를 더해서 적정가치를 구했군요. 그렇다면 사용가치와 투자가치는 어떻게 구했는지 알아봐야겠죠?
 
“사용가치는 평균 주택보유기간 동안의 임대수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했고, 투자가치는 예상 매각가격을 현재가치로 환산해서 산출했다.”
 
임대수익을 할인한다는 개념은 PIR, RIR로 집값을 평가하는 것과 결이 비슷합니다.
 
“주택 사용가치는 평균 주택 보유기간인 20년 동안의 임대수익을 현재가로 환산했다. 주택의 현금흐름으로는 월세의 연간 합이 가장 적합하지만, 대표성이 부족해 평균 전세가격을 이용했다. 평균 전세가격을 전월세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한국감정원에서 발표)로 환산하면 연간 임대수익 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간은 향후 20년 동안 임대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가정한 후, 매년 발생하는 임대수익에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로 환산했다. 할인율은 현금흐름할인법의 가중평균자본비용을 구하는 방식을 적용해 산출했다. 타인자본과 자기자본 비중은 주택 시가총액과 주택담보대출금액을 이용했다. 타인자본비용으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적용했다. 자기자본비용을 구하기 위한 기대수익률은 과거 20년 동안 주택의 평균 연간상승률과 Cap rate(수익환원율,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순영업수익을 부동산가격으로 나누어 산출)을 합산했다.”
 
으아~ 어렵다~
 
모르는 용어 투성이죠? 저도 그렇습니다만, 그냥 한마디로 정리하면 아까 앞에서 언급했던 적정주가 구하는 공식과 비슷합니다. 미래 어느 시점까지 벌 수 있는 이익을 다 더한 다음 금리 등을 반영해 현재의 값으로 할인해서 구하는 것이죠. “월세 100만원 나오는 상가인데 얼마에 살래?”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월세를 몇 년 받으면 원금을 뽑을 수 있을지 따져서 대충 매매가를 얼마로 정해야 할지 잡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이건 뭐, 그렇게 구할 수 있겠죠. 넘어갑시다.
 
 
두 번째는 투자가치였죠?
 
“주택의 투자가치는 주택을 매각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다. 투자가치 산정은 주택의 평균 보유기간인 20년 후 매각할 시점의 예상 매각가격을 현재가로 환산했다. 예상 매각가격은 과거 20년 동안의 연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이용해서 계산했고 할인율은 사용가치를 산정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적용했다.”
 
아하... 과거 20년 동안의 상승률이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가정해서 구했다는 거군요. 그럴 듯하긴 한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그 20년 안에는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일 때도 있었고 한 자리 성장이라도 지금 중국처럼 6% 이상 성장하던 시절이 포함됐을 텐데, 그때의 집값 상승률을 2%, 3% 성장하는 지금에 대입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이것은 마치 지난 20년간의 주가차트를 보고 과거에 이렇게 올랐으니 미래에도 이렇게 오를 것이라고 예측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과 다를 게 없을 것 같군요. 물론 그게 통하는 종목도 있겠지만.
 
기대에 비해 뭔가 무릎을 탁! 칠 만한 결과물은 아니었지만, 이런 시도, 그러니까 막연한 분석과 촉에 의지해 투자하던 것을 과학의 세계, 논리의 세계로 끌어오려는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