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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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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드루킹을 만났습니까?"

안철수, '드루킹 규탄대회' 찾는 등 박원순과 일대일 구도 만들려 안간힘

2018-04-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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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서울이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박원순 현 시장이 확정되면서 주요 정당 간 대진표가 완성됐다. 박 시장과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간 3파전은 6·13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다. 재선 서울시장인 박 시장,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거친 김 전 지사, 두 번의 대선에 출마했던 안 위원장까지 셋 모두 인지도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인물들이다. 현재 집권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업고 박 시장이 선두에 선 가운데 다른 두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1강(박원순)·2중 구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게 선거판이다. 남은 시간은 이제 50여일. 각 캠프마다 필승 전략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다. <뉴스토마토>는 각양각색의 행보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는 세 후보의 표밭갈이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주말 일정을 '드루킹 사태(댓글여론 조작 사태)' 규탄에 주력했다. 여권과 대립각을 세워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를 패싱,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3시 안 후보는 광화문에 마련된 바른미래당 '서울 광화문 드루킹 게이트 불법여론조작 규탄대회' 농성장을 찾았다. 당 후보로 확정된 바로 다음 날이다. 농성장에는 바른미래당 오신환·이언주·이학재 의원을 비롯해 지지자 50여명이 집결했다. 이들은 '대선 댓글부대 진짜배후! 청와대가 답하라!', '부정선거 국기문란', '불법 댓글조작, 민주주의 파괴'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광화문을 지나는 시민들에 특검수용 성명서 사인을 받으며 드루킹 사태 진상규명을 주장했다.
 
안 후보는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격려한 뒤 농성장에 앉아 이들 의원과 25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우선 안 후보는 "드루킹 사태를 통해 기사 링크를 가지고 이 정도로 여론조작을 했다면,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조작이 얼마나 많았겠느냐"며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들이 나오지만 (여권은) 아무런 사과도 없다"고 질타했다. 이언주 의원도 "드루킹 사태와 밝혀지는 의혹들이 문재인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초래하는데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고 지적했고, 이학재 의원은 "여론조작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에서 법안 발의나 캠페인 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드루킹 게이트 불법여론조작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농성장에 모인 지지자들도 안 후보와 뜻을 같이했다. 바른미래당 지지자인 김모씨는 "김경수는 이번 드루킹 사태의 행동대장이고, 불법 조작선거의 주범은 문재인"이라며 "민주주의를 말살한 사건에 대해 지방선거 일정을 중단하고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드루킹 사태 비판과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여론조작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고 헌법파괴 행위"라며 "이번에 이런 문제가 제대로 고쳐지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설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선거운동을 하면서 드루킹 사태를 계속 문제 삼겠다"고 했다.
 
정치권이 지방선거를 앞에 두고 드루킹 사태를 정치공세로 이용한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앞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의혹 때도 여당은 정치공세로 몰았지만 결국에는 위법성이 드러나 사퇴했다"며 "드루킹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경남도지사 후보)도 매일 새로운 의혹과 사실이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박원순 후보에 대해 "박 후보도 드루킹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박 후보도 이를 정치공세라고 한다면 스스로 댓글여론 조작의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다시 확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안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이다. 애초 안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의 만났을 땐 박원순 후보와의 대결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번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안 후보는 회견 모두발언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 후 시민들 만나 뵙고 인사드리며 서울시에 바라는 변화를 듣고 싶었지만 드루킹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해야 했다"며 "한 번 더 묻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드루킹을 만났습니까"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7년 간 새 정치를 하겠다며 애써 온 제가 구태정치의 상징인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를 모른 채 하고 저의 서울시장 당선만을 위해 움직일 수는 없다"면서 "야권의 대표선수로 국민의 마음을 받들어 승리하고, '가짜 민주주의'의 가면을 벗겨내 '진짜 민심'이 넘쳐흐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오는 27일 정상회담 이후 서울시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을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정책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캐치프레이즈는 '안철수 서울'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서울시장은 양자구도가 맞다"며 "보도량이 차이 있어서 제가 정책행보는 안 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데 이번 주는 창업벤처 관련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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