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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윤

대우조선, 정성립호 연임 성공…인사 배경 두고 잡음

현중·삼중 등 세대교체와 대비…"젊은이들, 사장 꿈 접자"

2018-04-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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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키를 다시 잡으면서 이번에는 경영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 사장은 1년 전 정부 추가 지원에 앞서 '작고 단단한 회사'로 만들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경쟁사들이 세대교체 등으로 재기를 노리는 것과 대조되며 정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고령·최장수 대표이사를 맞은 대우조선이 빠르게 변하는 시장 흐름을 읽어내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 낼지 의문을 제기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일 서울 다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 사장의 연임을 결의했다. 다음 달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정 사장은 1950년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다. 첫 사회생활은 산업은행에서 시작했지만 1981년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하며 대우조선해양과 연을 맺었다.
 
정 사장은 지난 2001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고, 연임하면서 2006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회사를 떠난 그는 지난 2015년 경영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이번에 다시 연임이 결정되면서 대표이사로만 4번째 근무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변화 대신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020년까지 이행해야 할 자구계획안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불확실성이 감소하면서 큰 변동 없이 기존 자구계획안 이행과 더불어 올해 수주목표액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신임 사장을 선임할 경우 자구계획 이행이나 수주영업에서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꼽힌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조선업계의 시각이다. 경영진 교체 시기에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대규모 손실처리)가 업계의 관행이 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할 경우 대우조선은 물론 정책금융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서 이번 연임을 달리 본다. 따라서 대안 없는 선택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제작/뉴스토마토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인사는 부담이다. 정 사장이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 복귀해 부실을 털어내는 등 채무를 재조정했지만, 선박 수주시장에서의 성과는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26억9000만달러(24척)를 수주하면서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수주목표액(45억달러)을 채우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 변화를 꾀한 것과도 비교된다. 정 사장은 올해 만 68세로, 임기가 끝나는 2020년에는 70세가 넘는다. 강환구(63세) 현대중공업 사장과 남준우(60세) 삼성중공업 사장보다 상대적으로 고령에 속한다. 정 사장은 지난 2월 단행한 인사도 최소화해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조직 내 세대교체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대우조선해양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은 사장의 꿈을 접자"는 등 비판 글을 올렸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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