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최종구 위원장의 개혁관료 행보, '무늬만 금융개혁' 우려

대기업 금융계열 대상 "법 개정 전 자발적 노력하라"

2018-04-27 06:00

조회수 : 4,18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대기업 계열 금융그룹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경고를 연일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장 줄낙마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개혁 발언에 따라 '개혁 관료'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 관련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엄포만 낼 경우 '무늬만' 금융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보험업법 개정안 등 금융개혁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이라도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이 스스로 대책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는 계열사를 금융과 비금융으로 나눈 뒤 금융 부문을 한데 묶어 통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회사를 계열사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동반 부실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7개 그룹의 금융 계열사 임원들을 모아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를 열었다. 업계에선 삼성·현대차·롯데·한화·DB(동부)·교보·미래에셋이 참석했다. 당국은 몇 가지 '그룹 리스크 사례'를 들면서 회사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삼성생명이나 현대캐피탈 등을 겨냥하는 것이었다.
 
현대차가 판매하는 자동차에 현대캐피탈이 할부금융을 집중 제공하는 것과 삼성생명이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도 포함됐다.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를 돕는 게 경우에 따라 고객 이익에는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법안을 제출하는 게 금융위원회의 목표지만, 법안이 제출돼도 여소야대 국회에선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 금융당국은 법 대신 애매모호한 '모범규준'을 내세워 밀어붙일 태세다.
 
금감원은 올 하반기에 모범규준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현장점검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규준은 법이 아니라서 강제성이 없는 권고만 가능하다"며 "자기자본 관리를 위험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보기 때문에 사업 인가와 연결지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최 위원장은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삼성생명을 겨냥한 것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고 "삼성생명 스스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보험사의 총자산과 계열사 주식을 모두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고, 총자산의 3%가 넘는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라는 게 법안의 골자다. 만약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중 약 20조원어치를 팔아야 한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다수의 금융현안을 둘러싸고 중립적입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최 위원장은 지난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상정된 관련법(보험업법 개정안) 처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변화를 둘러싸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료 출신 인사로는 금융혁신에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는 최고위층의 인식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김기식 원장 사퇴 논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면 무난한 선택이 될 것"이라면서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금융분야에 대한 과감한 개혁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재무 관료 출신인 최종구 위원장으로서는 본인 스타일이 아니지만 현재처럼 미온적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하다가는 지방선거 이후 개각때 교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혁 성향에 맞는 관료 이미지를 위해서 총대를 멨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의 개혁 관료 행보가 '무늬만 금융개혁'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 나온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를 제대로 감독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령이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올초 당국과 금융지주사가 대립했던 배경도 지배구조법이 개정되기 전에 당국이 과도하게 행정지도를 남발한 것"이라며 "금융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