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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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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어느 영화인의 넋두리

2018-05-09 15:52

조회수 :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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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이 나오기까지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오늘(9일) 만난 한 제작자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많은 제작자 입니다. 사실상 회사 설립 후 첫 번째 데뷔작을 내놓으려 준비 중입니다.
 
벌써 준비만 7년 째 입니다. 7년 전에는 여러 유명 영화의 스태프로 참여했습니다. 단순한 기술 스태프나 보조 정도가 아니라 프로듀서급 이상으로 참여를 해왔습니다. “이쯤 되면 되겠다”란 심정으로 회사를 설립해 준비를 해왔습니다.
 
꽤 이름 있는 시나리오 작가와 함께 작업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돈으로 이름값으로 밀고 들어오는 업계 동료들의 불공정 상도덕에 작가 뺏기기를 한 두 번 당한 게 아니었습니다. 계약을 했지만 사실상 영화 시나리오 계약의 경우 천차만별 입니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지만 중도에 다른 회사로 작가가 넘어갈 수도 있고, 쓰던 콘텐츠를 미완성인 채로 작가가 넘어갈 수도 있더군요. 물론 상도덕 상 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말입니다.
 
 
 
이 제작자 형님, 겨우겨우 시나리오를 완성해 투자 유치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괜찮다” “좋다”란 의례적인 상찬은 줄기차게 듣는답니다. “그런데 배우는 누구?”란 다음 대사가 바로 이어진다는 군요. 투자쪽에선 원하는 배우는 분명합니다. 티켓 파워가 명확한 흥행 배우를 끌고 와라. 그럼 투자를 하겠다.
 
“시나리오 집어 넣은 지 벌써 1년인데도 ‘검토 중이다’란 말만 한다”
 
배우 기획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립작이라고, 감독이 신인급이라고, 제작자가 신인급이라고, 상대 배우는 누구냐고 등등. 잴것 다 재고 하면서 차일피일 미룬다고 하네요. 결과적으로 기다림의 미학이란 영화 제작은 그래서 생겨난 듯 합니다. 기다림 속에서 이 제작자 형님은 제 살을 깎으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저 하소연 자리였습니다. 데뷔작으로 준비 중인 시나리오의 트리트먼트를 읽어 봤습니다.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뭐 충분히 경쟁력은 있을 듯 했습니다.
 
이런 저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서로 주고 받고 공감하고 누군가(아마도 빠른 답변과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은 투자와 배우 쪽 이겠죠)에 대한 욕지기로 스트레스를 풀고 자리를 텁니다.
 
잠시 은행에 들린다고 하네요. 개인 신용 대출을 알아봐야 할 듯 하다고. 최소한 집에 생활비는 가져다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버티고 버티면 언젠가는 대박을 터트릴 영화 한 편을 내놓을 날이 있겠지? 라면서 사람 좋은 인상의 웃음을 날리고 자리를 뜹니다. 그저 웃고 웃으며 즐겼던 영화 한 편의 뒤에 이런 쓴맛이 존재하는지 알았지만 오늘 또 너무도 명확하게 알게 되네요.
 
사진: 게티이미지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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