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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LIVE다이어리)긴 수염으로 부르는 자연의 노래

2018년5월19일|폭우가 거짓말처럼 소거된 날|'아이언 앤 와인'(서재페 특별편)

2018-05-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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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토마토)

미국 포크록 밴드 아이언 앤 와인의 음악은 '심플'이란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었다. 긴 수염을 늘어 뜨리고는 조곤 조곤 노래하고 가볍게 기타를 튕긴다. 가끔 분위기가 고조될 때 호른과 드럼, 백업 보컬이 고개를 내빼밀고 멜로디와 리듬 파트를 거들 뿐. 

"이렇게 말하면 실례라는 걸 알지만 죄송합니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우리는 이번에 처음 한국에 왔거든요." "그래도 이 정도는 알아요. '캄사합니다.' " (관객들 웃음)

2001년 홈 레코딩 앨범으로 시작한 음악생활은 올해로 17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홀로 기타를 잡고 시작했던 작업 방식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호른, 현악, 백업 보컬 등 다양한 레이어가 추가됐다. 스토리는 주로 어른의 폭력성에 대한 고찰, 살고 죽는 문제에 관한 12가지 이야기, 한가로운 주말에 보게 된 오솔길과 수선화  등 때론 무겁고, 때론 가벼운 우리 일상 속의 주제들.

"잇츠 소머취 펀! 멋진 오후의 시간이군요. 처음 한국에서 공연을 하는데 내일도 오고 싶어요. 좋아요. 한 곡 더 뽑을게요!"

다시 시작되는 고요한 포크 멜로디에 사람들은 다시금 취하기 시작했다. 분위기에 취해 흥이 난 보컬 샘 빔이 미국식 찰진 욕을 가사에 뒤섞자 객석에서는 웃으며 환호하는 팬들도 여럿 보였다.

"뷰티풀. 올라잇. 땡큐 땡큐 땡큐 땡큐 땡큐!" 노래가 끝나고서 땡큐를 몇번이나 외쳐주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굉장히 정중한 자세로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건넸다는 사실 만은 또렷하다. 한가로운 풍경을 읊어대는 가사를 배경 삼아 2만 관객이 몸을 뉘어 한가로운 서울의 낮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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