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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6.13지방선거 현장24시)⑨대구시장,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

"한 자릿수 지지율차 부담 없다"

2018-05-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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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24일 오전 9시10분 대구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탄 차량이 들어왔다. 감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권 후보가 내리자 순식간에 후보 대변인과 수행팀장 등 참모 다섯 명이 그를 에워싼다. 후보자 등록을 위해 선관위 4층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권 후보와 함께 탔다.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물었다. “더 낮은 자세로 대구시민들 곁에 다가갈 겁니다. 준비된 자세로 시작한 만큼 대구의 변화와 희망을 안길 대구시장이 될 겁니다.”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후보자 등록을 위해 24일 대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사진/차현정 기자
 
“제일 먼저 (후보) 등록하면 1번 되는가. 허허.”
 
후보들을 기다리느라 긴장감만 흐르던 4층 대강당에 가장 먼저 도착한 권 후보가 농담을 건네자 순간 유쾌한 웃음이 돈다. 권 후보 앞에 마주 앉은 선관위 직원이 서류 검토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후보자등록 신청서부터 각종 기탁금 영수증 등 쌓인 서류가 수십장은 돼 보인다. 그냥 있기 멋쩍었는지 권 후보가 ‘선관위 알약’ 아느냐며 말을 꺼낸다.
 
과거 정치인 선배들 선거 운동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 보였다고 한다. 하루는 선배에게 그 힘든 선거 운동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물었더니 선관위가 알약 하나를 주더란다. 시간이 흘러 2004년. 권 후보가 첫 출마를 위해 선관위를 갔는데 약을 주지 않더란다. 후에 그 선배를 만나 “선배, 나는 알약 안 주던데”고 했더니 돌아온 답이 “야, 후보 등록이 곧 약이야” 했다고. 싱거운 얘기를 하며 스스로 긴장을 푼다.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24일 대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위한 서류 검증을 받고 있다. 사진/차현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가 곧이어 도착하자 권 후보는 “여당 후보 오니 관심이 많네” 한다. 임 후보와 함께 기념 촬영을 마치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한 말을 그대로 되풀이 했다. 그리고는 “기회를 달라,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권 후보의 공개 일정은 여기까지다. 후보등록 일정을 끝으로 선거 사무실로 돌아가 남은 10여일 막판 선거전략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권 후보 선거사무실의 도건우 비서실장은 “공보물과 공약집 수정·보완 작업을 거치기로 했다”며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선거조직도도 재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임 후보를 앞선 권 후보지만 섣부른 낙관을 경계한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 점은 긴장케 하는 요소다. 한 번도 내어준 적 없던 정당 지지율 선두까지 뺏기면서다. 대구CBS와 영남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이틀 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에서 권 후보의 지지율은 41.8%로, 33.9%를 기록한 임 후보와 불과 7.9%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난다.(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정당 지지율의 경우 민주당이 34.1%로 오차범위 내에서 1위에 서며 한국당(31.7%)을 앞섰다.
 
대구 선거관리위원회가 24~25일 후보자
등록을 알리는 입간판을 세워뒀다.
사진/차현정 기자
한 자릿수 지지율 차이가 걱정되진 않는지 궁금했다. “부담 없다. 전~혀”라고 답하는 권 후보의 말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진보 진영이 이긴 적 없는 보수 텃밭이다. 여전히 어르신 민심은 보수세가 공고했다. “문재인이 되고 북구 홍의락이 되고 수성구 김부겸이 되면서 대구 변화됐다고들 그카는데(하는데) 이북에 돈 퍼주고 세금 절단 낸다. 박근혜 때는 그렇지 않았어.”(대구 선관위 인근 70세 상점 주인 이모씨) “민주당 후보들 다 한국당서 안 될 사람들, 민주당서도 처졌던 사람들 아니냐. 대구는 아직까지 보수다.”(팔달신시장 정육점 주인 61세 박모씨) 권 후보의 3년 시정을 치켜세우는 평가도 나온다. 울산 토박이인 택시기사 박경규씨(60대)는 “권 시장이 참 잘했다. 뚝심 있게 해서 나름대로 대기업 유치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권 후보가 대구시장에 취임한 이후 대구는 현대로보틱스와 롯데케미칼, 쿠팡, 보쉬와 경창의 합작회사들을 유치했다.
 
그렇대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학가 근처에서 만난 경북대생 이모씨(26세)는 앞에서 만난 어르신들과 생각이 달랐다. 그는 “투표는 뚜껑 열어봐야 아는 것 아니냐”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 도둑놈들만 키워주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권 후보는 머리 싸매고 대구시민들과 같이 고민하며 임기 내 성과 낼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칠성시장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닭집 사장 도모씨는 “한국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 민주당 한 번 믿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4일 대구 팔달신시장. 40년 전통시장인 이 시장은 점포 수가 600여개나 된다. 하지만 이른 오전 활기가 돌 시간임에도 시장에 오가는 사람이 없다. 거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차현정 기자
 
24일 대구 칠성시장. 팔달신시장과 다르지 않다. 점심 시간이었지만 시장 내 보리밥 집은 손님이 없어 반찬 뚜껑을 덮어뒀다. 사진/차현정 기자
 
24일 대구 칠성시장의 한 식당. 정치인들이 다녀간 흔적이 가득하다. 식당 주인에 이들을 다시 본 적 있냐 물었더니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사진/차현정 기자
 
하지만 무엇보다 뚜렷하게 드러난 건 정치권 전반에 대한 염증의 표현이다. 민생을 소홀히 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때문이다. 팔달신시장 상인회 유창우 사무총장은 “전통시장은 지금 정당 지지율이고 뭐고 관심 밖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 상인들은 선거 얘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린다”고 말했다. 팔달시장과 칠성시장에서 만난 상인 일부는 “정치에 관심 없다. 투표 안 한지도 오래다” “선거 때 반짝 나와 국민 위한다 말하는 것 자체가 역겹다”고까지 했다.
 
권영진 후보 약력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 석·박사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18대 국회의원 ▲대구시장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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