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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범위 1년 산고 끝 합의…노동계 "소득주도 성장 폐기 선언"

상여금·복리후생비 일부 산입…노사 단체 반응 엇갈려

2018-05-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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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5일 진통 끝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은 가운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반면 경영계는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후 1년 만에 가까스로 합의안이 나왔지만,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날 각각 성명과 논평을 통해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나타냈다. 개정안은 최저임금의 25% 이상인 정기상여금과 7% 이상의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기준 월 상여금이 39만3442원보다 높으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복리후생비가 11만163원 이상이면 최저임금에 넣을 수 있다. 노동자의 연봉이 2486만원보다 낮은 경우 개정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행일은 내년부터다. 개정안은 일몰제를 적용, 2024년 이후 모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5일 새벽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합의했다. 사진/뉴시스
환노위는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려고 완충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이 이른바 '헬조선'의 문을 연 개악안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은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했고, 괴이한 내용으로 뒤범벅 된 누더기 법안"이라며 "상당수 노동자가 식대, 숙박비, 교통비를 받는데, (최저임금에 산입해)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희망을 건 노동자는 분노에 치를 떨 것"이라며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개정안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폐기 선언이자 노골적인 재벌 대기업 편들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는 고임금노동자를 겨냥했다고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저하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이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업은 최저임금을 올라도 기본급을 올릴 필요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자위원 전원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달리 경영계는 차분한 반응을 나타냈다. 국회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완충작용을 마련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개정안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해소했다는 평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상여금과 숙식비를 지급하는 기업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최저임금 제도개선 TF 권고안보다 후퇴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총은 "개정안이 기업에 안착할 수 있게 노력하고, 향후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저소득 노동자를 위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기본 취지가 지켜져 다행"이라며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상여금이 제외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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