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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현장에선)비자발적 워라밸

2018-06-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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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얘기입니다. 금융권 수장들이 직원들의 사기를 충전하기 위해 휴일 출근을 자제하는가 하면, 여름휴가 쓰는 걸 눈치보지 말라면서 휴가를 먼저 떠난다는 겁니다.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뉴시스
서슬퍼런 금융감독원부터 보겠습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출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어떤 식으로 선언했다는 것인지,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원장이 출근하면 임원들도 나와야 하고, 임원이 나오면 부서장과 직원들도 나와야 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일요일, 금감원의 모 국장은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평일처럼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지만 점심 후 오후라도 나와서 책이라도 읽는다고 합니다. '대장'이 출근하지 않는데, 왜 그러냐 물어봤습니다.

답변이 이렇습니다. "'보'가 나오는데 어떻게 집에서 쉬나". 보는 부원장보를 말합니다. 금감원은 제일 위에 원장이 있고, 석부원장-부원장-부원장보-국장 순으로 있습니다. 부원장보가 출근하는데 국장이 어떻게 자리를 완전히 비우겠냐는거죠. 수장이 바뀌어도 조직이 바뀌긴 힘든거 같습니다. 

허인 국민은행장. 사진/뉴시스
다음은, 국민은행장입니다. 휴가를 떠날 분위기는 아닌거 같은데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정당국의 칼날 범위에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채용비리 혐의로 최근 검찰 출석을 한데, 이어 기소 되느냐 마느냐 기로에 있습니다. 

관련된 실무부서의 얘기일 수 있으나, 금융지주사 내에 휴가 날짜를 잡은 임원은 없다고 합니다. 날을 잡아도 멀리 갈 생각은 없다고 하네요. 언제 비상소집이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이죠.

금융권 워라밸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모습입니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를 합성한 신조어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말합니다. 문재인정부의 화두이기도 하죠. 정부 정책에 발맞춘다는 의미도 있겠습니다.

임원급 이상에 해당하는 푸념일수도 있지만, 임원이 쉬지 않으면 보좌하는 직원들은 제대로 쉴까요. 내리 출근, 내리 야근하는 거지요. 품위있게 솔선수범 시늉만으로는 조직이 바뀌지 않습니다. 차라리 '내 밑으로 모두 휴가 의무, 야근 금지'라고 지시하는게 어떨지.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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