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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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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영화 ‘인랑’ 제작보고회에서 느낀 묘한 흔들림

2018-06-18 13:43

조회수 : 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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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하기 전이었다. 영화학도로서 감독 지망생이던 시절 한 국내 유명 영화 전문지를 통해 본 기사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 대략 15년은 훨씬 전의 일로 기억된다. 지금은 충무로에서 사장된 박광현 감독의 신작 ‘권법’이 처음 언론에 소개된 시리즈 기획 기사 가운데 하나였으니. 기억의 왜곡이 없다면 분명 15년도 더 된 시기일 듯하다. 자신은 없지만..
 
다음 달 25일 개봉하는 ‘인랑’은 국내에선 2000년에 개봉한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른바 재패니메이션 특유의 폭력적 선정적인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의외의 작품이었다. 인간 늑대로 불리는 ‘살인 병기’로 사육된 한 남자에 대한 얘기로서 관객들에게 통렬한 액션을 기대케 했지만 의외로 정치 권력 싸움이 주를 이루던 ‘정중동’의 애니메이션 이었다.
 
18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아주 약간 모습을 드러낸 실사판 ‘인랑’은 엄청난 기대를 했던 것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일단 다음 달 25일 개봉한다. 일반적으로 제작보고회에선 영화의 본 예고편과 다양한 시퀀스별 동영상이 공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에는 이미 ‘런칭 예고편’이란 개념으로 공개된 바 있는 30초 분량의 동영상만 다시 상영됐다. 일단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단 짐작이다. 개봉 전 언론을 상대로 한 사전 세리머니 성격의 행사에서 이 같은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 “뭔가 내부적으로 조율이 안됐구나”란 점이 짐작이 된다.
 
 
 
두 번째, 또 다시 강동원이다. 강동원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강동원이기에 뻔한 프로젝트 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배우로서의 스킬이 아닌 비주얼로 모든 것을 전달하려는 배우로서 가장 안일한 방법을 택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의 작품 선택과 결과가 핑크빛이라고 해도 이건 부인 못할 사실이다. 공개된 ‘인랑’의 짧은 동영상에서 보여진 강동원의 모습은 이 범주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너무 묵힌 프로젝트가 됐단 점이다. 첫 번째의 문제도 아마 이 지점일 듯 하다. 시대적 배경과 사회 상황 그리고 현실이 뒤바뀌었다. 어떤 형식으로든 이슈화가 되는 것은 분명히 호재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국내 통일 선포 5개년 계획을 앞두고 반통일 단체와 사회 분위기를 이용한 두 권력 기관의 암투를 그린다. 다소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아주 크게 느껴진다.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지도자 한 명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 “통일은 민족적인 과업이지만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참고로 ‘인랑’을 배급한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대표는 ‘변호인’의 전 제작자인 최재원 대표다.
 
뚜렷하게 뭔가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에 묘한 흔들림은 분명히 있었다. 무려 160억대의 제작비가 올 여름 블록버스터 대전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까. 아직은 개봉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다. 오늘 느낀 그 흔들림이 기우였기를 바랄 뿐이다. 여름 시장의 블록버스터 패망은 그 영화만의 실패가 아니다. 자칫 영화계 전체의 투자 위축으로까지 이어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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