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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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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직장인 없는 날에도 줄서는 가게, 부럽드아

가격올려도 문전성시...맛 때문일까 맛집이라는 권위 때문일까

2018-06-27 14:53

조회수 : 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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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여의도에 나갔습니다. 가볼 데가 있어서...
 
휴일의 금융가는 휑한 느낌이어야 정상일 텐데 이곳만큼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국숫집 'ㅈㅈㅈ'입니다. 일정보다 한 시간쯤 빨리 도착한 건 오직 여기 콩국수를 먹기 위해서였죠.



제가 군대 제대하고(소집해제..;;) 휴학기간에 이랜드계열사 두 곳에서 박스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바로 이곳 여의도백화점에 언더우드 본사가 있었어요. 그때나 26년 지난 지금이나 백화점이라고 하기엔 참 뭣한, 장사가 될까 싶은 건물인데 유독 지하상가에 있는 이 집은 늘 문전성시입니다. 직장인들 다 쉬는 날에 오후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인데도 줄이 기네요.
 
자주 오지 않아서 그런가 올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기분입니다. 이제 콩국수 한 그릇에 만원입니다. 처음 먹었을 때가 6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가격을 올려도 옆 가게를 사서 똑같은 간판을 달아도 손님이 그대로인데, 주인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업종은 다르지만, 주유소들은 1원에 민감한 고객들 때문에 인근 주유소 혹은 같은 라인에 있는 경쟁 주유소들보다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일부러 경쟁 주유소보다 비싸게 받는 곳이 있어요. 정유사에서 들여오는 사입가격은 거의 같은데도. 왜 그런고 하니, 가격이 비싸서 판매량이 떨어져도 리터당 마진이 더 남기 때문에 순이익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경험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판매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주유소에 들어오는 차량이 줄어든다는 거고 그러면 주유판매원 숫자를 줄여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주유소들 고민거리 중에 하나가 인력관리라서 차라리 이렇게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걸 택하기도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인적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면 오히려 고객들에게 나쁜 인상만 줄 수 있거든요.
 


위 가격표는 이날 동네에서 버스 타고 나가면서 찍은 사진인데, 판매가격이 후덜덜하죠? 얼핏 보면 맨위에 있는 휘발유 가격이 고급휘발유인 것처럼 착각하기 쉬운데 그냥 보통 휘발유에요ㅋㅋ 그렇다고 저희 동네 주유소가 다 저런 건 아니고 저기만 그래요. 근처 다른 주유소는 평범한 가격입니다.
 
얘기가 곁길로 샜군요. 아무튼 'ㅈㅈㅈ'은 매년 판매가격을 올리는데도 손님이 이렇게나 많아요. 가격을 높여 판매량과 마진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주유소와는 차원이 다른 거죠.

휴일에 여기까지 와서 먹는 고객이라면 동네사람도 아니고 주변 직장인도 아닐 텐데. 이유가 뭘까요? 맛? 물론 맛있습니다. 그런데 맛이 전부일까요? ‘맛집’이라는 타이틀 혹은 권위가 주는 힘일까요? 그게 강력한 로열티를 만들어낸 것일까요?
 
2013년엔가, 토요일에 이 식당 근처 오피스텔에 사무실이 있는 개인 투자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여기저기 이름 좀 올리시는 것 같던데, 정채진 씨라는 분이에요. 그날 오후 늦게까지 인터뷰를 하고 둘이 늦은 점심을 먹으러 이곳에서 왔었거든요. 그땐 2시반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도 줄을 섰던 기억이 있어요. 아직도 잊히지 않은 건 그날 가게에 동남아시아 쪽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꽤 많았던 풍경. 그러고 보니 토요일에 이 집에 온 건 그때 이후로 처음이네요.
 
여의도에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긴 한데 여기보다 장사 잘 되는 가게가 또 있을까 몰라요. 이러다 'ㅈㅈㅈ' 사장님이 여의도백화점 건물 사는 거 아닐까요?ㅋ
 
이날 나오다가 계산대 앞에서 테이블 회전수를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을 얼핏 봤어요. 한 장 종이에 테이블을 나누어 칸을 만들고 긴 칸에 바를 정(正) 자로 국수 그릇수를 표시한 후 동그라미를 그리더라구요.  두 그릇이면 작대기 대 개 긋고 동그라미, 네 그릇이면 네 개까지 쓰고 동그라미. 그러니까 동그라미 하나당 그 테이블의 1회전인 거죠. 동그라미가 가장 많은 테이블에 동그라미 개수를 빠르게 세어봤는데 12개더군요. 그보다 개수가 적은 테이블도 많았지만 계산대 아주머니는 칸이 모자르는지 그 종이를 새 종이로 바꾸더라구요. 도대체 몇 회전을 하는 건지. 여느 식당에서는 꿈도 못 꿀 기록이겠죠.
 
작은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와 어느 가게를 가면 항상 테이블 수와 손님 수와 메뉴와 가격 등등을 살펴요. 매출과 이익 등을 계산해 보는 거죠. 먹는장사를 해보고 싶은가본데 실행은 못하고 20년째 그러고 있어요. 이 친구가 맘 잡고 주식 공부를 그렇게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주식투자라는 게 결국 주식회사의 사업성, 손익을 따져보는 일이니까요.

'스스로 거인이 되지 못할 바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 사업과 투자에서도 통용되는 잠언입니다.
 
아,
이날 여의도에 갔던 이유는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이라는 자문사가 여는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에 내공이 듬뿍 담겨있어서 관심있게 지켜보던 곳인데 어느날 갑자기 자문사를 만들었더라구요. 이 회사가 지향하는 투자가 저와 비슷합니다. 안정적이고 확정적인 이익, 밑이 막히고 위가 뚫린 투자, 이런 것들을 많이 다루더라구요.
 


인터뷰를 하거나 필진으로 모셔보고 싶은데 첫 대면에서는 퇴짜 맞았습니다^^;; 또 덤벼봐야죠 뭐. 3년 매달려서 성사시킨 인터뷰도 있었거든요^^ (3년내내 매일 그런 건 아니고 1년에 두어 번씩ㅋ)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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