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신태현

고가 철거하면 천억원 생긴다지만…휴먼계좌에 갇혀

2018-08-13 17:05

조회수 : 1,16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지난 10일 서대문고가 철거 자리 모습.



철거된 서대문고가, 아현고가 모습.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2002년부터 고가를 철거해왔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낡고 어두침침한 고가가 싫다는 민원들, 즉 경관 때문이었다.

그런만큼 서울시는 2011년까지 11개 고가를 철거하고 1년 동안 기대되는 경관 편익을 측정한 바 있다.

결과는 1071억원이었다.

이 수치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왜냐하면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고가 터의 주변을 이용하는 보행자,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 근방에 거주하는 거주민은 경관 편익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교통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운전자조차도 편익을 저 정도로 평가할 정도면, 보행자와 직장인과 거주민이 생각하는 편익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2011년 이후로도 7개를 더 철거했고 8개를 또 철거할 예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편익 결과가 없는지 문의해봤다.

그 결과, 새로운 연구는 없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어짜피 철거하면 경관 효과가 있을 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러했다. 고가를 불편하게 여기든, 대단하게 여기든 경관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문제는 그 대단한 경관 효과가 꼭 실제 경제적인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그게 상가에 세들어 장사하는 상인이면 더더욱 그렇다. 없어진 횡단보도 때문이든, 경기 침체 때문이든 말이다.

경관 편익을 실체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관광 정책을 연계하든 어떻게하든 말이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그림의 떡으로만 남으면 아쉬울 것 같다. 
  • 신태현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