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고경록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통계의 덫

2018-09-19 09:01

조회수 : 1,50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대한민국이 통계의 덫에 걸렸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이 통계를 입맛대로 가공하면서 사회에 혼란이 지속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에는 통계청장이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는데요.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통계, 무엇이 문제일까요?


1. 통계의 덫에 걸린 대한민국


사진/픽사베이

[불붙은 통계전쟁] 같은 숫자도 입맛대로 가공해 설전...통계마저 정치 덫에 빠지나
(서울경제 기사 읽어보기)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을 두고 정부 안팎으로 말들이 많습니다.
최저임금 긍정 효과 90%라는 자료가 나오는 데 관여한 인사가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것 자체가 통계의 정치화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데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통계청장 경질과 관련해 “국가 경제에 불이 났는데 불낸 사람이 아니라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을 나무란 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됐던 ‘통계 사전협의제’가 새 정부 들어 슬그머니 부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달 23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2·4분기 가계동향과 관련해 “오늘 아침 티타임 회의(매일 오전9시께)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를 받으셨을 테고 보고한 주체 쪽에서 말씀이 있으셨겠다”고 전했는데요.
 
문 대통령이 통계 발표 전에 보고를 받았다는 뜻으로, 이를 보고했을 청와대 참모들은 먼저 통계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다는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당국자에게 미리 보고되는 통계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기에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 통계 논란, 언론 왜곡도 한몫


사진/오마이스쿨 유튜브 채널
 


사진/오마이스쿨 유튜브 채널 

2018 최진기의 생존경제 - [34] 2018 고용쇼크? 그 진실은!
(오마이스쿨 영상 보러가기)

고용 쇼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은 통계의 덫
(미디어스 기사 읽어보기)

최진기 오마이스쿨 대표는 지난달 27일 오마이스쿨 유튜브 채널에 한 영상을 공개하며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하는 고용쇼크의 허구에 대해서 파고들었습니다. 한마디로 통계를 악용한 악의적 왜곡이라는 것인데요. 

최진기 대표는 해당 영상에서 우선 2003년 언론이 보도한 국내 이혼율 47.4%를 언급했습니다. 당시 결혼 가정 둘 중 한 쌍은 이혼한다는 충격적인 통계였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린 통계였습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언론이 인용한 통계의 이혼율은, 그 해 결혼한 부부에서 그 해 이혼한 부부수를 나눈 것이었습니다.
이혼율은 전체 부부 총 수에서 그 해 이혼한 부부의 수를 나눠야 하는 것인데 언론의 입맛에 맞게 재가공한 것입니다.

최 대표는 이어 최근의 ‘고용쇼크’ 관련 언론 보도도 잘못된 통계 해석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경제정책을 흔들려는 의도로 내다봤습니다. 

영상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기사의 제목은 “8년 반 만의 ‘최악 고용쇼크’…7월 취업자 5000명 증가 그쳐"입니다.
‘7월 취업자 증가 수 5000명’이라는 내용은 사실이지만, 눈여겨볼 부분은 ‘취업자 수’와 ‘취업자 증가 수’의 미묘한 차이입니다.

취업자 증가 수는 전체 취업자에서 퇴직자를 빼야 합니다.
따라서 취업자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퇴직자가 그 수준을 넘는다면 취업자 증가 수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됩니다.
또한 동일한 고용률이라 할지라도 생산가능 인구수가 적어진다면 취업자 수 역시 감소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최 대표는 전했습니다.

3. 국가 존립까지 위협하는 통계 '조작'

통계와 통계지표는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정책 처방을 내리는 자료로 활용됩니다.
그러나 객관적이어야 할 통계가 정치화하면 국가 통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이것이 정책 불신으로 확산돼 나라의 근간을 흔들게 됩니다.



사진/픽사베이

통계가 뭐길래...조작 막으려면 품질관리 체계화 필요
(전자신문 기사 읽어보기)

아르헨티나는 크리스티나 전 정부가 경제실정을 가리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가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불신임 조치를 당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키르치네르 정권 초기인 2003년 꾸준히 감소했으나, 국가 부도와 함께 2007년 집권한 크리스티나 정권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크리스티나 정권은 실적 압박에 실질적 빈곤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며 공식 집계를 중단한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 통계청은 조작된 자료를 바탕으로 2015년 빈곤층과 극빈층 비율을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4.7%와 1.4%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아르헨티나 노동자총연맹이나 공공정책연구소 발표 자료와는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아르헨티나는 '통계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국제 신용도는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리스 또한 통계 조작으로 '국가부도'라는 엄청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리스는 2000년 유로존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6%로 낮춰 발표했는데요. 
실제 수치는 GDP 대비 13.6%로 통계 조작 수치의 2배를 넘었습니다.

해당 사실을 숨겨오던 그리스는 2009년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자 지난 정부 때 통계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발표한 연간 재정적자도 GDP 대비 12.7%로 유럽연합(EU) 실사 결과보다 낮았음은 물론입니다. 
그리스는 통계 조작으로 대외신뢰도와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결국 경제위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4. 통계, 올바르게 산출하려면?

전문가들은 통계의 품질관리를 체계화해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정치나 정책 목적 등에 의한 의도적인 통계가 작성되지 않도록 독립성을 강화하고, 생산 프로세스마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되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인데요.

김충락 한국통계학회 회장(부산대 통계학과 교수)은 “통계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모든 부문에 활용되고 있는 중요한 학문”이라면서 “의도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도록 전체를 대변하는 표본 선정부터 전 과정이 독립성을 기반으로 체계화 해,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고경록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