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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대전 퓨마 사살 사건, 동물원 존폐 논쟁 불러

2018-10-01 17:07

조회수 : 2,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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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퓨마가 지난 18일 우리에서 탈출했다 결국 사살됐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한평생을 갇혀 지내다 자유를 만끽한 시간은 불과 4시간 여.
삶도, 죽음도 자유롭지 못했던 '뽀롱이'의 죽음으로 동물원 존폐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요.
'뽀롱이'의 탈출부터 죽음까지의 시간과 국내 동물원 실태 등을 조명했습니다.


사진/뉴시스

1. 대전 오월드 퓨마 '뽀롱이'(8살, 암컷)의 탈출부터 사살되기까지의 타임라인

대전동물원 퓨마 탈출부터 사살까지…긴박했던 4시간 30분
(연합뉴스 기사 읽어보기)

18일 오전 9시, 퓨마 사육장 청소를 마친 직원이 우리의 철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음

오후 4시~5시, 퓨마 우리 탈출 추정

오후 5시 14분, 경찰과 소방당국 수색 시작
                    대전시, 보문산 인근 주민 외출 자제 당부의 긴급재난문자 발송
                    경찰특공대, 119 특수구조단 수색 동참

오후 6시 34분, 오월드 내 뒷산서 퓨마 발견
                    마취총 발사했으나 수색대 시야에서 사라짐

오후 8시 20분, 재발견했으나 포획 실패
                    유영균 대전도시공사 사장(오월드 관리책임자) 퓨마 사살 결정

오후 8시 38분, 엽사와 사냥개 투입

오후 9시 44분, 엽사 퓨마 사살

오후 9시 46분, 긴급재난문자로 상황 종료 알림

2. 동물원 존폐 논쟁


사진/JTBC뉴스 보도 화면


사진/JTBC뉴스 보도 화면


사진/JTBC뉴스 보도 화면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화면

반복되는 불행한 사고…"관람형 동물원 바꿔야" 목소리
(JTBC뉴스 영상 보러가기)

동물원을 폐지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바로가기)

이번 대전 동물원 퓨마 사살 사건은 동물원 존폐 논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동물을 가두어놓고 보는 국내 동물원의 '관람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는데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동물원 폐지' 신청 글은 청원 이틀 만인 20일 오후 5시 기준 5만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습니다.


국내 동물원의 '관람형' 방식으로 인한 사건, 사고는 그간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4년, 경기도의 한 동물원에서는 조련사의 오랜 학대를 받던 악어가 악어쇼 도중 조련사의 손을 무는 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3년 전에는 폐쇄된 동물원에서 왈라비, 코아티, 비단뱀 등 희귀 보호종 17마리가 쓰레기통 등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3. 퓨마 사체, 박제 논란


18일 사살된 퓨마 '뽀롱이' 생전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살아서는 동물원, 죽어서는 박제…사살된 퓨마 ‘교육용 박제’ 검토
(중앙일보 기사 읽어보기)

퓨마, 우리 탈출 후 동물원서 발견→사살…박제돼 전시까지? “새끼들 분리 불안증 보여”
(일요시사 기사 읽어보기)

사살된 퓨마 호롱이, '박제' 안한다
(머니투데이 기사 읽어보기)

퓨마 ‘뽀롱이’의 사체가 교육용 표본으로 박제·전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간의 공분이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국립중앙과학관이 생물 다양성 보전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에서 퓨마 사체 기증을 요청했었는데요.
이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졌으며, 배우 임수정은 자신의 SNS 계정에 "박제라고요? 정말 너무합니다.. 제발, 이제 그만 자연으로 보내주세요. 부탁합니다"라고 청하기도 했습니다.

반발 여론에 밀려 결국 박제는 하지 않기로 결정됐습니다.
한편 퓨마 뽀롱이와 같은 우리서 생활했던 새끼들은 어미 뽀롱이가 사라지자 분리 불안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4. 대전 오월드, 사후 조치는?

금강유역환경청, 대전오월드 동물원 1개월 폐쇄조치 검토
(뉴시스 기사 읽어보기)

금강유역환경청은 대전 오월드에 대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입니다. 
동물원에 대해서는 약 1개월간 폐쇄조치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5. 국내 동물원 실태


18일 사살된 퓨마 '뽀롱이' 생전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람과 동물 안전 위협하는 체험동물원 실태는?
(파이낸셜뉴스 기사 읽어보기)

동물원 사육장, 선진국의 5분의 1도 안 돼…“시설 개선 먼저”
(아시아경제 기사 읽어보기)

올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전국 체험동물원 20여 업체를 조사한 결과 동물복지와 공중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웨어는 체험동물원의 현황, 사육환경, 관람객과 동물의 접촉 형태, 동물의 복지 상태, 안전과 위생 관리 등의 항목에 대해 조사했는데, 대다수 동물원에서 ‘무경계·근거리’ 전시형태가 성행했고, 관리인원도 충분히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동물을 전시하는 집약적 사육환경이었습니다.
사막여우, 원숭이를 바닥이 철망으로 된 뜬 장에서 사육하거나, 포유류 동물을 새장에서 사육하는 업체도 있었습니다.

사육장 크기도 터무니없이 작은 수준이었는데요.
퓨마와 비슷한 종인 재규어의 경우 14제곱미터의 면적만 제공됐습니다.
야생동물은 특성상 행동반경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동물권 선진국들의 사육장 크기도 야생동물의 행동반경을 고려했을 때 작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스위스의 경우 재규어 2마리 기준으로 80제곱미터의 면적이어서 우리나라보다 5배나 컸습니다.

6. 해외 동물원 사례

완전히 없애기 힘들다면, 동물원은 어떻게 변해야 될까요? '종의 보전'을 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텐데요.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고아 곰, 실명한 바다사자…그 동물원엔 ‘이유'가 있었다
(한겨레 기사 읽어보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남서쪽 태평양 해안가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은 야생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비율이 다른 동물원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곳에서도 한국 체험동물원에서 흔하게 ‘만지기’ 용으로 사용되는 마우스, 기니피그, 고슴도치, 거북이 등의 동물이 전시되고 있지만, 관람객이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동물은 한 마리도 없습니다.
살아있는 동물 대신 죽은 거북이의 등껍질을 사육장 자원봉사자가 안내해 주거나, 곳곳에 설치된 안내문 밑에 동물 털을 비치해 동물을 직접 만지지 않고서도 촉감을 느껴볼 수 있을 뿐입니다.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은 또 1960년대부터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대머리독수리를 100마리 이상을 부화시켜 야생으로 방사하기도 했습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동물권 인식이 성장하면서 해외 동물원은 서식지 보전과 연구에 대한 기능과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며 "야생동물을 감금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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