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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미중 무역전쟁 충격파…전자업계, 생산기지 조정 검토

2018-09-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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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지난 수년간 중국 생산기지 이전을 추진해왔던 국내 전자업계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층 심화된 양상으로 전개되자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반도체 공장도 이전 목록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빅2 국가간 자존심 싸움이 길어질수록 전자업계의 ‘탈 중국’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5745개 품목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실시했다. 내년 1월1일부터는 관세율을 25%까지 높일 계획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제품 5207개 품목에 대해 5~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앞서 지난 7월 1차로 340억달러 규모, 8월 2차 160억달러 규모의 25% 고율 관세를 상대국에 각각 적용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의 이번 관세 확대 대상이 전체 중국 수입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양국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수출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 불똥이 튄 국내 전자 업계에서는 생산기지 조정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3차 관세부과 품목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 생산하는 D램 모듈 제품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고, 생산 물량 대부분을 중국에서 소화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화성 공장에서 생산된 뒤 쑤저우에서 패키징 등 후공정을 거치는 D램 모듈 일부에 대해서는 국내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공장에서 생산하는 D램 모듈이 일부 포함되면서 국내 이천공장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가전·디스플레이 제품 생산공장 이전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LG전자의 경우 북미 가전 사업의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LG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프리미엄 냉장고 물량의 절반과 가정용 에어컨 일부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멕시코 등 남미, 국내 창원 공장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수출 냉장고와 40형(인치) TV의 약 1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생산지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흥 국가의 생산량을 늘리는 등 전략적 노력을 이어온 결과 상대적으로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국내 전자 업체들이 중국의 생산기지를 동남아와 남미, 국내 등 영향권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물류 비용과 이전 국가의 관세 등 다양한 여건들을 고려해서 생산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양국의 통상분쟁 장기화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고 ‘민관 합동 실물경제 대책회의’를 열고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면서 우리 교역의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연일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도 근본적 해법과 함께 통상 환경 악화에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조치를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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