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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블라인드 채용' 확산 움직임…역차별 논란도

2018-10-17 12:00

조회수 :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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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은 외모, 출신 지역, 학력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평가하는 채용 방법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7'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는 원칙적으로 학력을 요구할 수 없게 됐는데요.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대기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블라인드 채용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의 블라인드 채용 사례와, 블라인드 채용 준비 방법, 역차별 논란 등을 알아봤습니다.
 
1. 대기업 '블라인드 채용' 확산
 
사진/픽사베이
 
주요 대기업도 '블라인드 채용' 속속 도입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블라인드 채용'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롯데, CJ, 두산중공업, KT, 종근당, 한샘 등은 일부 직무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고, SK그룹 일부 계열사와 현대백화점은 일부 신입사원을 블라인드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일부 계열사와 애경산업의 경우 모든 신입사원을 블라인드 채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롯데는 'SPEC(스펙)태클 전형'을 마련해 상·하반기 2회에 걸쳐 계열사별로 인력 수요가 있는 직무에 대해 블라인드 전형으로 신입·인턴 사원을 뽑습니다. 롯데백화점 MD, 롯데마트 식품 MD, 롯데하이마트 온라인 MD, 롯데홈쇼핑 PD, 롯데닷컴 프로그래밍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CJ는 '리스펙트(Respect) 전형'을 두고 출신학교나 학점, 영어점수 등 일명 '스펙'이라고 불리는 정보를 입사지원서에 일절 기재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올해 CJ제일제당의 식품영업, CJ ENM의 콘서트기획, CJ CGV의 멀티플렉스 매니저, CJ대한통운의 계약물류 등에 이 전형이 도입됐습니다.
 
SK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와 현대백화점은 일부 신입사원을 서류와 면접 단계에서 블라인드 전형으로 선발하되 인턴 기간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해 최종합격 여부를 결정합니다.
 
2. '블라인드 채용', 준비는 어떻게?
 
사진/뉴시스
 
"대기업 블라인드 채용 확산…스펙 대신 직무 관련 구체 경험 쌓아야"
 
[트랜드 점검]블라인드 채용 확산…제약업계 유일 '동아쏘시오'로 본 '합격 팁'
 
'블라인드 채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스펙 쌓기보다 전략적인 취업 활동이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다양해지며, 스펙을 보지 않는 전형이 확대되고 있다"며 "취업준비생들은 불필요한 스펙 쌓기보다는 직무와 관련된 SNS 홍보 서포터즈, 인턴 활동, 공모전 참가 등 구체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제약업계에서 유일하게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던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인사 담당자 역시 “1기 채용 때 서류전형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은 자격증과 자기소개서밖에 없었다”며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지원한 직무에 대한 관심과 준비과정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자신이 입사 후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블라인드 채용 1기 합격자인 김재헌 동아제약 마케팅부 해외제휴팀 주임은 “같이 면접을 본 지원자 중 5년 이상 일본에 거주한 이들이 많아 부담이 됐지만 자신만의 강점을 최대한 살렸던 게 합격 비결”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일본어 능력은 대학 다닐 때 통·번역 활동, 일본 방송국 단기 아르바이트 경험 등을 어필했다”며 “마케팅 감각은 공모전 같은 거창한 경험이 아닌 동아리 활동 등 일상 속 이야기를 쉽게 풀어 썼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1기 합격자인 박성준 동아제약 영업본부 서울 일반의약품(OTC)팀 주임은 취업 방향을 제약사 엉엽직으로 정한 후 현직자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자기소개서는 항목을 핵심적으로 뽑아 최대한 읽기 쉽고 진솔하게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3. '블라인드 채용' 역차별 논란 등
 
사진/뉴시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블라인드 채용’ 역차별 논란?…깜깜이 방식에 머리싸맨 취준생
 
[NOW] 블라인드 채용에 명문대생 "학교명 들어간 강의 듣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그동안 쌓아온 학력, 영어점수 등을 반영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역차별이며, 또 다른 스펙 경쟁만 불러올 것이라는 말들이 오가는데요.
이들은 학력 차별과 과도한 스펙 경쟁을 막고 업무의 적합성과 전문성을 보겠다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점, 영어점수 등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학점의 경우 전공에 대한 열정과 성실을 객관적으로 나타내주는 좋은 지표라는 것입니다.
 
이에 서울 상위권 대학 소재의 일부 명문대생들은 강의명으로 출신 학교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편법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메일 주소란에 학교 고유 이메일을 써넣기도 해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일부 기업은 최근 채용 공지에 학교 이메일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도 업무와 관련된 일을 적어야 한다는 강박에 뒤늦게 취미와 특기를 속성으로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통업계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 노 모(28·여)씨는 블라인드 채용을 위해 특기를 ‘해외 유명과자 수집하기’라고 적어냈는데요. 
노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우물만 파는 지원자와 경쟁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관련 분야 마니아인 것처럼 보여야만 한다”면서 “한 기업만 쓰는 게 아닌데, 다른 기업을 지원할 때는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블라인드 채용에 맞춰 인턴과 아르바이트 등 경험을 쌓으려면 결국 학점과 영어점수 등 기존의 스펙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기존 스펙을 챙기면서 직무 관련 경험까지 쌓아야 해서 취업 준비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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