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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법썰)'손님'들 패션을 보면, 영장결과가 보인다?!

2018-10-25 21:14

조회수 : 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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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7년 1월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3일 뒤인 20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당일 구속) 사진/뉴시스
검찰이 결국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재판개입 및 법관사찰 등 직권남용 혐의와 공무상 비밀 누설혐의 등입니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영장심사에 들어갑니다.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아니면 27일 새벽 이른 시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사설이 좀 깁니다만, 공개 출석하는 주요 피의자들을 부르는 법조기자들의 은어가 있습니다. '손님'이라고 하는데, 어원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손님이라고 해서 모두 출석장면이 공개, 즉 포토라인이 설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의자 본인이 거부를 하면 검찰이 강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이 강하게 요청하면 피의자 본인이 감수하거나 검찰이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중요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에 출석하거나 법원에 영잔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설 경우 법조기자들이 주목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표정과 옷차림인데, '손님'의 심리상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 있는 것은 표정보다는 오히려 옷차림과 안경 등 액세서리에서 '손님'의 심리상태가 많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경험상 대체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손님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일단 검찰청이나 법원에 처음 출석할 때 자신의 결백을 은연 중에 표출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포토라인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유행어도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죠. 
 
손님들은 신뢰감과 정중함을 보이기 위해 공통적으로 어두운 톤 정장에 희거나 청색 와이셔츠, 짙으면서도 차분한 톤의 넥타이를 많이 맵니다. 그래서 정장은 감색이나 곤색이 많고 짙은 회색도 꽤 사랑을 받습니다. 넥타이는 청색계열이 많습니다. 스프라이트가 사선으로 들어간 디자인도 무난합니다. 짙은 회색이나 보라색도 인기가 많습니다. 손님이 아닌 참고인들은 비교적 밝은 색들을 입습니다. 머리 모양도 꽤 신경을 써 매우 단정합니다. 
 
그러나 소환이 거듭돼 불안하고 피곤하거나 특히 범죄 증거가 드러날 경우, 이런 말쑥한 옷차림이 점차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일단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도 흐트러져 있습니다. 안색도 해쓱하고, 수염도 거뭇거뭇합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특히 중요한데, 이 때 옷차림과 액세서리를 보면 손님이 '입고(구속수감을 뜻하는 은어)'될지 아닐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구속 피의자들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근처 경찰서나 영장심사를 맡은 판사가 지정하는 장소에 인치됐다가 영장이 발부되면 바로 구치소로 이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추장스럽거나 비싼 복장은 필요 없겠죠. 
 
그래서 '입고 예감' 손님들은 남자의 경우 넥타이를 거의 매지 않습니다. 여자도 화려한 가방이나 귀고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안경을 애용하는데, 대부분 튼튼한 뿔테 안경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 같은 경우는 검찰·특검 출석 때나 영장실질심사 출석 때나 한결 같았습니다. 다만, 실제로 영장이 발부 된 뒤에는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임 전 차장은 어떤 복장으로 나올까요? 
 
'말끔한 곤색 정장에 흰 와이셔츠, 하늘색 넥타이'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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