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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쇼크', 무엇이 문제인가

2018-10-25 17:13

조회수 :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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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국내 성장률이 0.6% 성장하는데 그쳤습니다. 건설업과 건설투자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투자 쇼크'가 계속되면서 내수 성장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여파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 역시 불안한 상황에 놓인 형국입니다. 국제유가 상승,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부담을 주는 요인이 곳곳에 산적해 있어서입니다. 25일(오늘) 한국은행은 3분기 성장률이 2분기 성장률과 비슷한 성장이라는 점을 들어 '쇼크'라는 뉴스가 과한 표현이라 반박에 나서기도 했지만 '체감 경기'는 더욱 나쁘다는 지적입니다. 

고용, 소득, 서비스업 등이 체감경기와 직결돼 있는데, 투자 부진이 기업의 고용증가를 제한하고 있고, 부진한 소득 증가가 서비스업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내수지표 악화에 '소득주도성장'을 문제라는 비판도 이어지는데요. 관련 정보를 모아봤습니다.

1.2분기 이어 또 다시 0% 성장

(GDP쇼크)3분기 성장률 0.6%…건설투자 20년새 최저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0.6%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작년과 비교해서는 2.0%에 불과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과 설비를 중심으로 한 투자와 내수 부진이 한국경제를 덮쳤다는 분석이다. 

=2분기에 이어 3분기 성장이 0%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투자와 내수 부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특히 우리나라 성장세를 견인했던 건설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설비 투자 역시 2분기째 역성장을 보였습니다. 

내수 역시 3분기 성장 기여도가 -1.1%포인트로 소비와 투자가 악화한 지난 2분기(-0.7%포인트)보다 낮아진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한은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2.7%를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에 0.82% 이상 성장해야 한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8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분기 때 예견됐던 '투자 쇼크'

'투자 쇼크'에 흔들리는 내수…올 2.9% 성장은 가능할까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이 안 좋아지면 가계 측면에서는 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소비로 연결되면서 내수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체감지표가 떨어지고 있어 내수가 침체 국면에 빠진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투자도 위축세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분석한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투자 규모를 상반기보다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4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급증했던 반도체 투자 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하반기 투자는 둔화될 수 밖에 없는데,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더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미 '고용 쇼크'로 0%대 성장률을 기록한 2분기에 어두운 3분기 전망은 그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 등 물가수준이 올라가면 고용부진으로 소비 전망이 어두웠던 2분기에 이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투자 역시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가 되면서 기업들의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3분기의 투자에 큰 타격을 입힌 건설 경기는 국내 주택시장의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상담 창구가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3.'쇼크' 수준 건설 투자, 주택 시장 규제 때문?

건설투자, 亞외환위기 이후 최대낙폭…건설업계 '아우성'
 
건설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는 현정부 들어 강화된 재고·신규 주택 시장 규제로 가계의 거주투자, 기업의 건물투자 등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의 주택구입은 대표적인 건설투자 항목이다. 가계가 주택을 사들여 주거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측의 설명이다. 가계가 구입하는 주택, 이 주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부과되는 취득세, 등록세 등 부대비용,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팔아 생기는 수익 등도 포함된다.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에 7~9월 맹위를 떨친 폭염, 주52시간제 시행,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감소 등이 건설 투자 감소에 한몫 했을 거라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특히 SOC에 대한 정부의 예산은 건설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앞으로도 건설부문은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데, 전문가들은 건설부문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 때문이라 지적합니다. 건설 경기의 활성화가 일자리 창출,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의 목표가 상충되면서 장기적인 전망도 좋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 강화 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보유세 강화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4.기댈 곳은 수출이지만…불확실성 높아

‘성장률 하향’ 투자·고용 부진이 원인…내년엔 수출도 우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 모두 올 하반기 모바일용 부품 투자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됐다는 판단에섭니다. 이 같은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과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직격탄이 됐습니다.

=투자, 내수와 함께 한은이 이날 성장률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요인들 중 하나입니다. 기업들 투자부진으로 취업자수 증가폭은 올초 예상치의 3분의 1도 안되는 9만명이며,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세계 금융 불안 확대 등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수출 전망도 어둡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주요국 성장세를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까지 수출 증가세가 약해질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GDP쇼크) 기업투자 막히고 대외 불안 커졌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중 무역분쟁이다. 한은은 아직 이에 대한 영향이 미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이 성장률 궤적을 결정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달한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미중 무역분쟁 충격에 노출되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할 경우 수출 경쟁력 악화로 지금까지 경기를 견인해 온 수출이 하향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출고 앞둔 르노삼성차. 사진/뉴시스

5.소득주도 성장이 문제vs 성장·고용의 뉴노멀로 봐야

내수부진에 발목 잡힌 성장…'소득주도성장' 논쟁 또 불붙나
 
내수지표 악화는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을 재차 시험대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 주도 성장은 가계 지출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고 시장으로 나온 돈이 다시 투자로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높아져야하지만 최근 지표는 오히려 내수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내수지표 악화가 이어지면 정부 내에서도 소득 주도 성장을 보완하거나 수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성장과 고용의 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한국경제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자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졌다거나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심지어 이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결과라며 날선 비난이 담긴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언제까지 3%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을까? 또 성장률 3%라는 것이 과연 경제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기준점이 될까 의문이 든다.

=지표 악화에 따라 소득주도 성장이 문제다, 성장, 고용의 뉴노멀로의 진입으로 봐야한다 등의 의견으로 분화되고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지적하는 이들은 시장에서 기업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느낀다는 점, 노동 관련 비용에 따른 충격 등 실제 체감 경기가 어렵다는 점을 내세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에 고용참사, 투자쇼크 등 자극적인 표현을 경계하고 '뉴노멀'에 입각해 분석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고용유발효과가 큰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 베이비부머가 빠져나가는 인구구조학적 상황 등을 종합해서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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