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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LIVE다이어리)칼리드의 한국 '정' 문화 적응기

2018-10-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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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R&B 뮤지션이자 싱어송라이터 칼리드. 사진/에이아이엠(A.I.M)

"에에-에레에"

멋드러지게 휘감는 R&B 소울이 공연장을 마치 거대한 '무반주 노래방'으로 만드는 듯 했다.

미국 R&B 가수 칼리드, 1998년생인 그가 데뷔와 동시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를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공연장 구석, 구석 스며드는 '생목'의 소리는 왜 세계가 그에게 주목하는지, 왜 빌보드 신인상을 과감히 넘겨줬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계획된 공연이 모두 끝난 뒤였다. "라스트 송"이라며 마지막 곡까지 들려줬다. 스텝들은 악기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무대 아래는 떠나는 관객 절반, 남겨진 관객 절반 정도가 있었다. 

"(드럼) 심벌도 내려 놓고, 맥북도 집어 넣고 있네. 맥북 집어넣으면 끝난거야. 하하." "에이 앵콜 없나보다. 가자." 밀물처럼 관객들은 빠져나가고 있었고, 몇몇은 붙박이로 선 듯 하면서 눈치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앵콜이 끝없이 이어지던 10분 뒤, 형광바지 차림의 칼리드가 나타났다. 앵콜이 예정돼 있지 않았었는지 본인도 당황스럽다는 듯 '헤헤'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대표곡 '킵 미(Keep me)'를 '생목으로 뽑았다.

당황스러운 건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다른 소리들에 가려져 있던 그의 고음을 액면 그대로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그와 노래방을 함께 가서 무반주로 듣는 듯 숨결까지 느껴졌다. 벌스에서 코러스로 향하는 구간의 미세한 숨 고르기, 고음으로 치닫아갈 때의 바이브, 세계적인 R&B 뮤지션 위켄드를 잇는 '괴물 신예'란 말이 그제서야 끄덕여졌다.

그의 첫 내한 공연을 돌아보니 '칼리드의 첫 내한 적응기'란 부제를 붙여줘도 적당할 것 같았다.

한국 팬들에게서 풍겨나는 '정'이란 분위기를 생전 처음으로 느껴봤을 터다. 고음이 발사될 때마다 양 검지손가락을 크게 들며 포효하는 팬들, 시작부터 끝까지 대표곡을 전부 따라 부르는 어마어마한 떼창, 계획된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10분여간 앵콜에 요청을 발사하는 열정과 끈기. 

혹여나 내년도에 그가 그래미 상을 거머쥐고 다시 한국을 찾는다면 직접 만나 이 때의 느낌을 사물이나 사람에 메타포로 빗대 달라고 요청을 해보고 싶다. '헤헤'하고 순박하게 웃으며 무슨 답을 해주려나.
 

미국 R&B 뮤지션이자 싱어송라이터 칼리드. 사진/에이아이엠(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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