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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14년 만에 판례 뒤집어

2018-11-01 15:49

조회수 :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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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양심적 병역거부'란 말 그대로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징집 등 병역의무를 거부하거나전쟁 또는 무장충돌의 직·간접적 참여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병역법 제88조 1(입영의 기피 등)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동안 양심적 병역 거부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병역 기피 처벌 조항과 관련해 지난 2004년 8월과 10, 2011년 8, 2018년 6월 4차례에 걸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요.
오늘 역사상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관련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들은 통상 징역 16개월을 선고해 왔습니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16개월 이상의 실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을 면제받기 때문입니다.
해외의 경우 177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헌법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규정된 이래 독일, 영국, 프랑스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민간대체 봉사활동이나 군내 비무장 복무를 법률 또는 사안별 조치를 통해 보장하고 있습니다.
 
 
1.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14년 만에 판례 변경
 
사진/뉴시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안된다"…대법원, 사상 첫 판결
 
대법원이 1일 사상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을 인정하지 않았던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14년 만에 기존 판단을 뒤집은 것인데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날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모(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오 씨는 지난 2013년 7월에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오 씨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법정에서 주장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무죄 선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었는데요.
이번 판결로 향후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들도 같은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은 현재 227건입니다.
 
2. 시민들 '갑론을박' 계속 이어져
 
종교·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해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병역법 위반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사진/뉴시스
 
"군인은 양심불량인가"…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반발
 
시민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박탈감이 든다는 우려와 개인의 행복이 국가의 의무보다 우선한다는 생각은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올해로 예비군 5년 차인 직장인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양심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이 판결 이후 많은 남성들이 양심을 내세워 병역거부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옛날 스님들은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나서 나라를 구했다군대 가는 애들은 살생에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취업준비생 B씨는 과거에는 국가가 부여하는 의무를 무조건 수행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개인의 행복이 국가의 의무보다 우선한다는 취지로 본다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예비역 6년 차인 C씨도 모두에게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들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것이 양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제도를 빨리 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3. 대체복무제 등 대안 논란은 현재진행형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 사진과 내용은 무관. 사진/뉴시스
 
대체복무 기간 2배 길게…정부안 내주 발표
 
국방부가 육군 복무의 2배가 되는 기간을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체복무제 법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됩니다.
국방부는 다음 주중 정부안을 공개하고, 해당 내용을 입법예고할 예정인데요.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31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토론회에서 교정 분야의 대체 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수감 당시 겪었던 교도관이 업무를 떠넘기거나 사적 업무를 시키는 등의 문제를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지뢰 제거 등 비전투 군 복무는 징벌적 측면이 강하고 대체복무제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합숙 근무를 원칙으로 육군 현역병과 동일한 기간으로 대체복무를 하되 복무 난이도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향의 법률안을 제시했는데, 국방부가 인권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내용과 큰 차이를 보인 법안을 확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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