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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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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15%로 올리자면 돌맞을까요?

납입하자마자 100% 수익률…요율 높을수록 혜택도 커져

2018-11-12 11:53

조회수 : 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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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느 기사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기사입니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856609

국민연금 재원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현재 9%로 돼 있는 국민연금 보험요율을 최대 15%로 올려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보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지적 자체는 팩트에 가깝습니다. 보험요율이 오른다는 건 직장인 등 우리 국민의 대다수인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매달 납입하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더 오른다는 뜻이고, 대다수 국민들은 그걸 싫어하니까요. 

국민연금 보험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내가 나중에 불려서 돌려받을 연금의 재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강탈해가는 돈, 지들 맘대로 막 운용하는 돈, 운용도 제대로 못해서 수익률도 형편없게 만든 돈, 내 돈인데 나라경제에 뭔 일 생길 때마다 땜빵하는 돈,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적은 돈으로 후계구도 만드는 데까지 동원돼 날려먹는 돈, 언젠가는 바닥날 게 뻔한데 그래서 나중에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내 피 같은 돈, 쯤으로 각인돼 있으니까요. 

무엇 하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근거한 비난이며, 오랜 기간에 걸쳐 그런 인식을 갖게 될 만한 사건 사고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현존하는 모든 금융상품들 중에서 국민연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 없다는 점입니다.(대한민국 국민 특히 직장인이라면...)

사회에 갓 나온 초년생들이 직장을 구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른들이 물어보실 때는 공통적으로 이걸 언급하실 거예요. “거기 4대보험 되니?” 어르신께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에 누가 들어간다고 하면 이것부터 챙기시죠. 4대보험 되는 직장이면 최소한의 기본은 갖추었다라고 생각하시기 때문 아닐까요? 다 아는 것처럼 4대보험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의미합니다. 어른들은 왜 다들 “4대보험, 4대보험” 노랠 부르실까요? 이 4개의 보험은 ‘책임’이 아니라 ‘혜택’을 의미한다는 것을 은연중에라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네, 책임이 아니라 혜택 맞습니다. 월급에서 건강보험료 왕창 떼도 직장 없이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고, 고용보험료 낸다고 해도 실업상태로 몇 달 지내본 경험이 있다면 매달 내는 고용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안할 겁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보험료는요? 이것만은 혜택이 아니라 책임인 걸까요?

아니요. 이것도 혜택이 맞습니다. 왜인지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월급 100만원을 받는 직장인 초년생 ‘김초짜’씨를 예로 들어봅시다. 김초짜씨가 내야하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얼마일까요? 현행 보험료율이 9%니까 9만원이겠죠? 그런데 김초짜씨가 다니는 회사는 4대보험이 됩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김초짜씨가 내야하는 보험료 9만원 중에서 절반은 회사가 대신 내준다는 뜻입니다. 즉 김초짜씨는 9만원의 절반인 4만5000원만 내게 됩니다. 이 돈은 급여명세서에 명시된 것처럼 공제되고 나머지 월급이 나오겠죠.

그러면 김초짜씨는 월 4만5000원을 내고 나중에 얼마를 연금으로 받을까요? ‘소득대체율’이란 말 들어보셨죠?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입니다. 김초짜씨의 월급이 100만원이라고 했었죠? 월급의 40%니까 40만원이네요. 

결과적으로 김초짜씨는 4만5000원 내고 40만원 받는 겁니다. 물론 연금 개시 연령에 도달한 후부터...

김초짜씨의 호봉이 쌓이고 승진하고 하면 그에 맞춰 월급도 오를 거고, 연금보험료도 그에 따라 증가할 테고 그러면 나중 연금수령액도 더 불어나겠지만, 이게 기본원리입니다. 

어때보여요? 그래도 국민연금 보험료 내는 것이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생각된다면, 이번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볼까요?



서울시가 일하는 청년들의 저축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희망두배 청년통장’이라는 게 있습니다. 청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매달 저축하는 금액의 동일금액을 매칭해 만기 때 찾아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죠. 당사자가 10만원 부으면 서울시가 거기에 10만원을 보태서 적립, 이런 식입니다. 

시 예산을 들여서 하는 사업인데 돈을 그냥 막 퍼줄 수는 없겠죠. 조건이 많습니다. 

1. 공고일 현재 근로하고 있는 자 
2. 공고일 현재 만18세 이상~만34세 이하 서울시 거주자
3. 본인 근로소득금액이 세전 월220만원 이하(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 제외, 자영업자 및 사업소득자 신청 가능)
4. 부양의무자(부모 및 배우자)의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80% 이하(세대가 분리되어도 필수 포함)

여기에 연 1회 의무적으로 금융교육을 받아야 한다거나 총 7회 이상 저축하지 않는 경우 중도해지한다 같은 조항도 있습니다.  

그래봤자 월 10만원, 15만원인데 그거 준다고 귀찮게 간섭하기는 하는데, 2배로 붙여서 적립해 준다는데 그게 어디에요? 

비슷하게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희망키움통장’이라는 것도 있어요. 이건 조건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그냥 나이만 따지는 게 아니라 소득이 낮은 청년층으로 지원대상을 좁혀서 그래요. 근로소득 공제와 장려금 혜택을 포함하면 월 40만원 정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지원금액이 많다는 건 조건과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거겠죠?

이렇게 1:1 매칭을 해주거나 저축한다는 이유로 장려금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은 흔하지도 않고 가입조건도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직장인에 국한해서) 매달 내가 (억지로)내는 보험료에 회사가 알아서 1:1 매칭해서 적립해 줍니다. 그러니까 김초짜씨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순간 이미 수익률 100%로 불어서 운용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요. 세상에 이런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이 또 어디 있나요?

최근에 국민연금 주식 운용수익률이 안좋다고 뉴스 나왔던데 그건 내가 낸 돈에 회사가 내준 돈 더한 것을 원금으로 잡아서 운용한 수익률을 말하는 거니까, 그 돈을 반토막내지 않는 이상 내가 손해 보는 일은 없겠죠. 그리고 국민연금의 장기 운용수익률은 꽤 괜찮은 편이에요. 언론이 운용성과 나쁜 시기 것만 딱 끊어다가 “안 좋다”고 부각시켜서 그렇지...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어서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당겨진다는 것, 사실입니다. 연금재원이 고갈되면 내가 낸 돈 날릴 텐데 수익률이 뭔 소용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국가부도’ 확률보다 더 낮은 ‘기우’ 수준의 걱정입니다. 기우. 하늘이 무너질 것을 걱정한다는 의미죠? 원래 국민연금은 고갈되는 것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고갈된 후에는? 뒷세대가 내는 돈으로 연금을 지급하며,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정부예산으로 충당될 겁니다. (이 때문에 뒷세대가 앞세대를 먹여살리는 구조,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아프지만 사실입니다. 인구구조가 그래서..ㅜㅜ 정부예산도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시대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이 변할 수는 있어도 내가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그보다는 오래 살지 못해서 국민연금을 충분히 오래 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일 겁니다.

국민연금을 믿지 못해서 보험사나 증권사에서 민영 연금저축에 가입한다고 합니다. 네, 국민연금으로는 노후생활을 하기에 자금이 부족합니다.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옳은 판단입니다만, 국민연금 놔두고 민영 연금상품으로만 준비하겠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죠. 

그러니 재테크전문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저로서는 이번 보험료율 인상 논란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저는 당연히 보험료율이 높아지길 바랍니다. 제 월급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로 10만원을 공제하고 있었다는 얘기는, 회사도 똑같이 거기에 10만원을 보태서 불입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걸 15만원으로 올린다면 저도 15만원을 내겠지만 회사에서 지원받는 보험료도 15만원으로 불어나겠죠. 100%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금액의 덩어리가 커진다는데 제가 그걸 왜 마다하겠습니까? 

물론 인상되는 보험료 때문에 가계 운영에 부담이 커질 정도라면 그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가계는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예요. 저도 아니구요. 어차피 노후 대비용으로 연금저축 상품에 가입해 매달 따로 불입하고 있는데, 그 돈을 줄여서 국민연금에 넣으면 그게 저한테는 더 유리하니까요.

대신, 기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주라면 당연히 반대할 만합니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직원들에게 지원해야 하는 보험료 부담액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니까요. 

소득대체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찬성합니다. 국민연금으로 노후생활이 부족할 것 같아서 민영 연금에 적립하는 건데, 이건 국민연금에 비하면 비용이 비싼 상품이거든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민영연금으로 준비하는 부분을 조금 줄일 수 있겠죠. 아니면 민영연금을 그대로 유지하고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인다면 노후생활자금이 그만큼 더 많아질 테구요. 

대통령이 말씀하신 '국민 눈높이'라는 것이 국민들이 국민연금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 보고 형성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고갈’이나 ‘수익률 하락’ 같은 자극적인 단어에 함몰돼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회사 경영진께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 현실성 없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보험료율을 애초 계획대로 그냥 15%로 올리면 안될까요,라고 하면 돌 맞을까요? (대표님, 죄송해요;;;;;;;)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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