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권대경

고액자산가 꼼수 증여 '천태만상'…조세정의는 어디에?

국세청 미성년자 등 변칙증여 혐의자 225명 조사 착수, "세무조사로 탈탈 턴다"

2018-11-28 14:31

조회수 : 4,30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 치과의사인 A씨는 18세 고등학생 자녀 B씨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건물을 중여하고 자녀 C씨는 부동산임대사업을 등록하게 했습니다. 세정당국 조사 결과 A씨가 자녀를 대신해 증여세와 취득세 등 부동산 증여와 관련한 세금을 대신 납부했습니다. 현금 증여에 대한 증여세 의무를 지지 않은 것입니다.
 
#. 모회사의 D회장은 친인척 명의로 명의신탁한 주식이 개발 사업 시행에 따른 막대한 이익으로 주가 급등이 예상되자 미성년 자녀들에게 주식을 우회 증여했습니다. 실제 이익이 발생하고 주식가치가 급등해 자녀가 가진 주식은 엄청난 이득을 봤습니다. 증여세 탈루를 위한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국세청이 28일 고액 자산보유 미성년자 등 변칙증여 혐의자 225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히며 내놓은 사례들입니다.
 
예컨대 5세 아이가 자산 수십억원을 가지고 있거나, 고등학생 신분에도 불구하고 매달 수천만원의 임대수익을 거두는 일들이 서민들의 공분을 사곤 했습니다. 서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이들이 친인척이나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정당하게 세금을 낸 것이 아니라 세금 탈루를 위해 부적절한 행위를 스스럼없이 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이 제시한 변칙증여 실제 사례./자료=국세청
 
국세청이 제시한 변칙증여 실제 사례./자료=국세청
 
국세청이 제시한 변칙증여 실제 사례./자료=국세청
 
이런 몰상식한 이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회피한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게 이날 국세청이 밝힌 입장입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미성년자 증여결정현황을 보면 미성년자 증여는 2015년 5274건에서 2016년 5837건, 2017년 7861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금액으로는 각각 5545억원에서 6849억원 그리고 지난해 1조279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습니다. 해마다 고액 자산가들의 미성년 자녀 증여 행위가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3년간 미성년자 증여결정현황./자료=국세청
 
증여세 신고기한과 세율을 보면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합니다. 세율은 1억원 이하면 10%이며, 5억원 이하 20%(누진공제 1000만원), 10억원 이하 30%(누진공제 6000만원), 30억원 이하 40%(누진공제 1억6000만원), 30억원 초과 50%(누진공제 4억6000만원)로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가 만연하고 있는 겁니다. 국세청이 소개한 사례를 보면 정말 천태만상입니다. 부친으로부터 증여세 신고없이 현금을 수 차례 분산증여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액의 부동산 양도대금 중 일부를 손주명의 차명계좌로 운용하고 일부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제세탈루 행위까지 다양합니다.
 
심지어 임직원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해 놓고 이를 사주의 미성년 손자에게 우회증여하는 사례도 포착됐습니다.
 
국세청은 미성년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주택의 세금신고내역과 재산·소득의 변동사항 등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방침입니다. 현미경 세무조사를 통해 혐의가 확인되면 세금 추징은 물론 법적 조치도 감행하겠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고액자사간들의 행위가 서민들에게 깊은 허탈감을 안겨준다는 차원에서 엄벌이 필요합니다. 또 조세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수 많은 납세의 의무를 가진 국민들이 세금을 납부할 명분과 정당성이 퇴색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조치는 환영할만 합니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가 급증하고 있고, 소득 등 자금원천이 없지만 고액의 부동산·예금·주식 등을 보유하거나 부동산 임대소득을 얻고 있는 미성년자 등 세금 탈루혐의가 있는 225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다만 그 많은 재산에 대한 납세의무를 지지 않기 위해 각양각색의 방법을 다 동원한 이들이 세무조사에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우려됩니다. 체납세액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세정당국과 지자체가 상습 고액 체납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관련해 최근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세무조사에 활용해 추징한 세금이 급증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FIU정보를 보면 지난해 FIU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파악한 체납세액 징수액은 6670억원입니다. 이는 국세청이 FIU 정보를 체납세액 징수에 활용하기 시작한 2014년과 비교할 때 4500억원 정도 늘어난 액수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국세청이 고액현금거래(CTR) 등 FIU정보를 활용해 거둔 체납액은 2014년 2112억원(2175명), 2015년 3244억원(2428명), 2016년 5192억원(4271명), 2017년 6670억원(7148명)입니다.
 
서울시가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 체납자의 신규 명단 공개 및 가택수색을 실시한 지난 14일 오전 38세금조사관들이 서울 삼성동의 한 체납자의 자택을 수색해 노란색 압류딱지를 작성하고 있다./제공=서울시
 
당시 자료를 내면서 박 의원은 "FIU법이 개정되면서 정보 활용범위가 조세범칙혐의 확인 조사에서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와 체납자 은닉재산 추적업무로 확대된 탓"이라며 "여기에 2013년 말부터 2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 정보까지 추가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 4대 의무라 하면 국방, 근로, 교육, 납세의 의무를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납세의 의무는 조세정의가 실현될 때 더 빛을 발합니다. 아울러 자유시장경제체제 하에서 납세는 경제가 돌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며 사는 일반 서민들이 더 이상 허탈감을 느끼지 않게 모쪼록 조세정의가 반드시 실현되도록 세정당국과 지자체가 최선을 다해 줬으면 합니다.

정경부 권대경 기자 kwon213@etomato.com
  • 권대경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