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나경원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68표를 득표하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지를 얻었는데요. (상대 후보는 35표) 투표 진행자가 표수를 공개하자 당내 의원들도 적지 않게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이 11일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실 원내대표 선거 전부터 나 원내대표의 승리를 점치는 현장 기자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당내 1대1 구도에서는 친박(친박근혜)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유리하기 때문인데요. (‘친박-비박 갈등 본격화…탄핵 백서?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참조) 이번 선거에서 나 원내대표의 승리는 단순히 친박의 지지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바로 나 원내대표가 잔류파였다는 점이 동료 의원들의 많은 지지를 얻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나 원내대표는 사실 친박이 아닙니다. 사실 비박(비박근혜)이라고 할 수 있죠.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에선 비박계에 속한 많은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하며 탈당을 결행했습니다. 탈당의 결과물은 바른정당 창당으로 나타났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영입하려고 했습니다. 이때까지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머물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잔류할지 탈당할지 보고 있었죠. 하지만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바른정당 의원들은 큰 이때 큰 충격을 받았죠. 바른정당은 사실상 반 전 총장 지원을 위한 플랫폼 정당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번 한국당에 복당하며 이러한 전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잔류하게 됩니다. 차기 대권후보가 없는 정당에 갈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죠. 나 원내대표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한국당 내 잔류파들의 신임을 얻게되는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친박에선 친박 색깔이 강하지 않으면서 탄핵 과정에서 당을 지켰던 후보가 원내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 나 원내대표가 적임자였던 셈이죠. 원내대표 선거 구도가 잔류파 대 복당파의 대결 구도가 된다면 잔류파의 승리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점을 이번 선거에서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나 원내대표의 상대 후보였던 김학용 의원의 존재 또한 표 차이를 크게 만든 원인이 됐는데요. 김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아시다시피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 중의 측근입니다. 김 전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내년 2월말 예정된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된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직전 원내대표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였는데요. 김 전 원내대표 또한 김 전 대표의 측근입니다. 친박과 중립지대에 있는 당내 의원들은 두 번 연속 김 전 대표 측근들의 원내대표 입성을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도 김무성 사람이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김 전 대표에 대한 당내 의원들이 반발이 나 원내대표로 향한 표결집이 이뤄졌습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면서 당장 내년 전당대회가 큰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친박, 비박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내년 전대도 많은 후보들이 난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확실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후보를 세력 재편이 일어날 수 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