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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북미협상, 빅딜이든 스몰딜이든 '딜'만 되면 된다.

점 모여 선 되는 것처럼, 스몰딜 모여 빅딜된다.

2019-01-31 13:46

조회수 :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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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협상이 베일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북미가 2월 달 정상회담은 합의했지만, 지난 번 스웨덴 남북미 실무협상 외에 딱히 접촉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트위터에서 낙관적인 입장을 내보이는데...

일단 미 주류 언론과 소위 전문가들은 북미가 비핵화에 별 합의를 못했고, 한다고 해도 '스몰딜' 수준이라는 견해가 강한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은 북미 적대관계가 70여년간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그 두터운 불신과 적대의 역사가 있기에 서로 상대를 믿고 크게 합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북미가 스몰딜만 해도 고맙다는 판단이다. 점이 모여 선이 되듯, 스몰딜이 모이면 빅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했던가...북미 협상과정이 너무나 조용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기대감이 커진다. 사람마다 빅딜의 판단 기준은 다르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빅딜'에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미국 메인스트림 입장에서 북한은 참 고마운(?) 존재다. 사실상 북한을 핑계대고 중국을 견제할 수단을 상시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 인한 동북아 지역 불안정이 있기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배치가 있을 수 있고, 일본도 자위권을 이유로 군비를 증강할 수 있었다. 미 군수업계가 한국, 일본 등에 판매하는 무기도 어마어마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용어로 북한 핵개발을 수수방관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는 좀 다르다. 미국 주류와는 결이 다른 판단을 한다. 당장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북한이 가진 정치-군사적 가치보다는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경제적 잠재력에 더 주목하는 듯 하다. 일종의 현상유지보다는 현상타파다. 전략적 인내가 아닌 적극적인 개입이다. 다만 변화의 방향은 불투명하다.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좋지만, 전쟁으로 이어져도 상관없다는 자세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스캔들과 연방정부 셧다운 논란 등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무언가 눈에 보이는 강력한 성과가 필요하다. 어쩌면 어설픈 성과물은 없는 것만도 못할 수 있다. 어설픈 합의는 민주당 우위의 미 하원이 수용할리가 없다. 비핵화 협상을 파국으로 끌고 가 ‘불안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보다 평화협정이나 대폭 비핵화와 같이 전 세계의 환영을 받을 수 있는 큰 성과물이 필요한 상황이지 않을까?
 
북한 김정은 체제 역시 마찬가지다. 선대가 추진해 온 핵무장 노선을 포기하고 경제집중 노선을 천명한 이상 그에 상응한 경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 핵무장을 유지하며 경제발전을 달성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쉽지 않은 숙제다. 어설픈 협상을 시도하기엔 전무후무한 트럼프라는 캐릭터는 판단하기 어렵다. 빅딜 혹은 노딜일 가능성이 높다.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 북한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씨 일가를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둔 일종의 ‘제정일치 신정국가’인 북한이 북한체제 그 자체를 숭배하게 하는 작업에 한창이라는 것에 주목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나 활동 방식 등을 보면 계몽군주를 자처하는 17~18세기 유럽국가 절대군주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김 위원장과 북한체제를 동일시하는 좀 더 세련된 개인숭배 작업일 수 있다. 북한 비핵화 성공이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한 국가의 발전단계에서 개인숭배의 국가숭배 전환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국가가 형성되면 국민이 형성되고, 그 국민의식이 커지면 민주의식도 커진다. 긴 역사적 관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정상국가 북한의 시작점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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