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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자동차가 내 기분을 맞춰준다?

2019-05-03 16:25

조회수 : 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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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똑똑해지는 시대입니다. 휴대폰도 똑똑해져 '스마트'폰이 됐고요. 해외에 있는 파트너와 홀로그램 화상 회의를 하고 로봇이 커피를 타주는 사무실 '스마트'오피스도 문을 열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자동차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EV 트렌드 코리아 2019'에 다녀왔습니다. 이 행사는 현대·기아자동차, 포르쉐, 테슬라, 북경자동차 등이 참여한 전기차 전시회입니다. 각종 기술을 더한 전기차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요. 이날 저의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은 기아차 부스였습니다.

기아차는 이날 회사 대표 전기차인 ‘쏘울 부스터 EV’와 ‘니로 EV’를 전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모빌리티 기술을 집약한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이 과연 뭘까' 생각하며 설명을 들어보니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표정을 인식하고 감정과 상황에 맞게 음악, 온도, 조명, 진동, 향기 등을 조절하는 기술이었습니다.

부스에 방문하니 사각형 모양의 기기가 서 있었는데요. 내부를 살펴보니 앞쪽에는 텔레비전이, 뒤쪽에는 소파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소파에 앉으니 텔레비전에서 짧은 소개 영상이 나왔습니다. 이어 제 표정을 인식해 기쁨 상태가 약 20%라고 시스템은 판단했습니다. 아마 오후 6시가 다 된 시간이라 좀 지쳐있었던 모양입니다.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기기. 사진/김지영 기자

기쁨 수치가 높지 않자 텔레비전에서는 갑자기 난타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한 선택이었나 봅니다. 이어 클럽 음악도 틀고 비트를 느낄 수 있도록 의자에서는 진동도 울렸습니다. 시스템은 제 흥을 돋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후 다시 표정을 인식했고 기쁨 지수가 60%대까지 올라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 상태는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안내원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을 해줬는데요. 사실 좀 신나는 음악을 들었다고 단숨에 기쁨 지수가 올라가진 않겠죠.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표정을 보고 감정 상태를 읽는다는 점은 흥미로웠으나 음악, 조명이 바뀌는 점 외에 온도 변화, 향기 조절 등은 느낄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사실 기업들이 내놓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면 생각보다 허접할 때가 많습니다. 아직 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적인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기아차도 현재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내 차에 있었으면 할 정도로 획기적인 것 같지도 않았고요. 기대가 컸던 모양인지 조금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발전하면 언젠간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자동차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허(Her)'의 인공지능 여자친구처럼 가족보다 더 내 감정을 알아주는 자동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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