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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돈'으로 재미봤는데 돈에 발목 잡힌 금감원

2019-05-16 16:58

조회수 : 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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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직원이면 모니터나 보셔야지, 왜 여기에 왔나"
 
얼마전 막을 내린 영화 '돈'에서는 증권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주역으로 등장했습니다. 배우 조우진이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소속 '한지철 수석검사역' 역할을 맡아 작전세력인 '조일현(류준열)'과 '번호표(유지태)'를 쫓는 내용입니다. 조우진이 류준열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나오는 대사 입니다.
 
예, 영화라서 그렇지만, 현재 금감원 직원이 혐의자의 집을 들이닥치는 현장수사를 할수는 없습니다. 임의조사 성격의 자료 제출이나 출석 요구 정도를 할 수 있고, 그마저도 거부당하면 끝입니다.
 
그래서 금감원은 현재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사경은 정부의 지명을 받은 금감원 직원이 경찰과 동일한 수사권을 부여받아서 단속과 조사 등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통신기록 조회나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를 벌일 수 있습니다.
 
영화 자문을 맡았다는 금감원 직원에게 '영화 내용이 금감원이 의도한 것 아니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하네요.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특사경 도입은 확정됐으니까요. 빠르면 이달 중으로는 특사경이 가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영화로 재미를 봤다는 것은 금감원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연관지어 금감원 특사경 시행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고, 원승연 금감원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이 공개적으로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제도는 갖췄는데 결국 문제는 돈이네요. 금감원의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는 금감원이 갖고 있는 예비비의 일부를 특사경에 쓰면 된다는 입장이고, 금감원은 별도 예산을 편성해달라는 입장입니다. 방만 경영 지적을 받아 수년째 예산이 깎인 금감원이 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실이 영화를 반만이라도 따라가길 바라겠습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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