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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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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봉준호 #기생충 몇 가지 에피소드와 해석

2019-05-27 17:04

조회수 : 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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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여러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의 신작 기생충에 대한 찬사는 이미 프랑스 칸 현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결정된 뒤에서 사실 봉준호 감독은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제작진과 투자 배급을 맡은 CJ엔터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내 제작 발표회에서도 봉 감독은 수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라면서 국내 관객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코드가 너무 많다고 그 이유를 전했습니다. CJ엔터 관계자도 뉴스토마토에 우스갯소리로 경쟁 부문 후보가 너무 대단하다. (봉준호) 감독님도 대단하지만 수상 기대감은 언감생심 아닌가라고 웃었습니다. 물론 현지 상영회 후 현지 취재를 한 일부 국내 기자들 사이에서 황금종려상은 몰라도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정도는 가능하다는 평이 흘러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상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입니다.
 
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정식 개봉 전까지 봉준호 감독이 극도의 스포일러 유출 주의를 당부해서 기생충은 그 어떤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봉 감독이 공개를 허용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는 친구가 소개해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인다. 이후 기우가 동생 기정(박소담)을 다시 박 사장네 과외 선생으로 다시 소개해 주면서 두 가족의 관계가 얽히게 된다
 
국내 언론은 다양한 시각으로 영화 속 은유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한 계단과 물 수직적 이미지를 통해 계층간 문제를 다루는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기를 설명합니다. 그의 작품은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대를 담아내고 계층간의 문제를 담아내고 인물을 조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객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답은 하나입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과 이미 온라인에 쏟아진 수 많은 분석 기자들은 영화 관계자 혹은 영화 평론가들의 전문가적 시각일 뿐입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이런 내용들 혹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더 포괄적인 내용들을 담아내려 노력했던 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부터 기생충 이전 옥자까지 매 작품마다 한 가지의 포인트를 두고 스토리를 끌어 갑니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선 의문의 남자 정체, ‘살인의 추억에선 범인의 정체, ‘마더에선 주인공 도준(원빈)의 살인 여부, ‘괴물에선 실제 괴물의 실체, ‘설국열차에선 엔진칸의 실체, ‘옥자에선 슈퍼 돼지 옥자의 정체 입니다. ‘기생충에선 도대체 무엇에 포인트를 두고 스토리를 끌고 갈지가 관건이고 궁금증의 실체가 될 듯합니다.
 
다시 돌아보면 이렇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언제나 스토리를 창작하는 입장에서 한 가지 궁금증을 갖고 출발합니다. ‘괴물의 경우 실제로 고교 시절 봉준호 감독이 한강 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괴생명체를 본 경험을 창작의 개념으로 이끌어 낸 결정체 입니다. ‘마더는 배우 김혜자를 두고 극단적인 모성을 그리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 갔습니다. ‘기생충은 계층간의 문제를 담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핵심 포인트가 담겨 있는지는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봉준호의 궁금증은 따지고 보면 가장 한국적인 감성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있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에선 층간 소음 문제, ‘살인의 추억에선 화성연쇄살인사건’, ‘괴물은 주한미군 문제와 환경오염, ‘마더는 한국적 모성의 극단성이었습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당시에 국내 제작보고회에서 칸 영화제 수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워낙 한국적인 내용이라 해외 관객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을 설명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바로 봉테일입니다. ‘봉준호+디테일의 합성어 입니다. 그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 때 디테일을 빼놓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아닙니다. 과거 설국열차연출 이후 국내 내한한 틸다 스윈튼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멘트 입니다.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은 전체에 대한 그림이 완벽하게 머리 속에 담겨 있다면서 수백명의 스태프를 움직이는 위치에서도 워낙 효율적인 작업을 하는 관계로 각 장면마다 테이크가 많지 않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도 내한 인터뷰에서 배우의 시선처리와 손의 동작까지도 이미 계산을 하고 현장에 온다면서 이 장면을 위해서 몇 번의 촬영을 하는 게 아니라, 이 장면을 만들려면 촬영 시간이 몇 분 정도 필요하다. 이런 개념으로 현장에 온다. 천재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이 안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기생충은 총 77회로 촬영을 모두 마쳤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현장은 막내 스태프까지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해 근로 시간을 모두 준수하고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근로시간 감축으로 촬영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찍었다는 의미입니다. 52시간 제도 시행 이전인 설국열차(2013년작)나 옥자(2017년작) 촬영 횟수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콘티와 거의 99% 유사한 방식으로 카메라 동선까지 계산해 현장에 임하는 봉준호 감독의 작업 방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물입니다.
 
28일 국내에서 기생충은 처음 공개가 됩니다.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열리는 언론 시사회 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 낸 영화적 세계관의 완벽한 집약체가 될 기생충그리고 봉준호에 대한 여러 단상들입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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