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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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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홍콩시위)홍콩 민주화운동 분수령 '국경절', D-7

2019-09-2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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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인 10월1일은 중국 국경절 70주년이다. 70년 전 이날, 그러니까 1949년 10월1일 중국 공산당은 본토에서 국민당을 축출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국경절은 곧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셈이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국경절은 중국에서 최대 명절로 꼽힌다. 국경절 연휴가 7일이나 될 정도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인 홍콩에서도 올해 국경절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경절 연휴를 맞아 시위를 중단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날 발표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이 관건이다. 연설에 홍콩시위에 대한 언급이 담길지, 홍콩 민주화에 관해 입장을 밝힐지 여부가 중요하다. 시진핑의 연설 내용에 따라 앞으로 홍콩 민주화운동은 물론 홍콩시민들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홍콩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도 "국경절엔 우리도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규모 집회 가능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경절을 전후한 홍콩 민주화운동의 앞날은 밝지 않아 보인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장기집권과 1인 독재를 강화하려는 시진핑이 홍콩 민주화를 허용할 가능성이 낮다. 시진핑은 지난해 3월 국가주석의 3선 연임제한 조항을 삭제하고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시진핑 어록이 전파되는 등 우상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한 시진핑의 정치적 이상은 '중국몽(中國夢)' 달성이다. 중국몽이란 '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을 핵심으로 하는데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중국은 인민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로 진입하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이 되면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국가(富强民主文明和諧美麗的社會主義現代化國家)'로 변화시킨다는 구상이다.
 
중국몽 달성을 위해선 인민의 단결과 내치의 안정이 선결 조건이다. 그런데 현재 중국에선 중국식 사회주의와 인민통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과 공산당에 대한 비판도 늘었고, 티베트와 위구르 등 소수민족 자치구에선 독립요구가 거세다. 이 상황에서 홍콩의 민주화를 허용하면 인민의 단결과 내치에 균열이 생길 게 뻔하다. 시진핑과 공산당으로선 홍콩에 계속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홍콩 민주화운동의 미래가 어두운 다른 이유는 지난 9월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 제정을 철회한 데 따른 파급효과다. 애초 홍콩시위는 지난 3월 홍콩 당국의 범죄인 인도법 제정에 반대하며 시작됐다. 그리고 이제 시위는 범죄인 인도법 철회를 비롯해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체포된 시위대 석방 및 불기소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 '5대 요구(五大訴求)'를 주장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시위가 행정장관 직선제를 핵심으로 한 홍콩 민주화운동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시위대는 "五大訴求 缺一不可(5대 요구 중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라고 외친다. 
 
문제는 9월4일 이후 홍콩시위의 양상이 변했다는 점이다. 홍콩시위를 주도하는 민주인권진선 등 민주파에겐 행정장관 직선제를 관철, 민주화를 달성하는 게 중요해졌다. 반면 홍콩 대중들은 시위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 대중들은 범죄인 인도법 제정을 철회시킨 것으로도 큰 성과라고 여긴다. 개인 인신을 억압할 위험성을 가진 범죄인 인도법 제정엔 모두 다 반대했으나, 이 법 제정이 철회되고 인신 구속의 위협이 사라지자 '굳이 중국과 충돌해서까지 민주화를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생각이 늘었다는 말이다.
 
범죄인 인도법 제정을 철회한 캐리 람 장관의 조치가 공산당의 의도라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결국 공산당은 홍콩시위가 자체적으로 동력을 상실하고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실제로 9월 첫째 주 이후 홍콩시민들의 시위 참여도는 줄고 있다. 더구나 당시까지만 해도 홍콩에서 공개적으로 '친중'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홍콩에선 홍콩 민주화를 주장하는 '반중파'와 "이만하면 됐다. 이제는 다시 중국과 잘 지내야 한다"는 '친중파'가 엇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질 정도다.
 
결국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0월1일은 시진핑과 공산당, 홍콩 당국, 홍콩시민 모두에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경절에 시진핑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국경절 직후 첫 주말인 10월5일에도 홍콩시위가 열릴지, 어떤 형태와 규모로 열릴지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계가 10월1일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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