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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말말고 몸이 보여주는 문제해결

2019-09-27 09:55

조회수 :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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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시청에서는 '2019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이 열렸습니다.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이란, 말 그대로 장소의 디자인을 바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나 사업입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밝게 채색하고 폐가를 가리면 범죄가 줄고, 큰 글씨와 눈에 띄는 색깔로 아파트 동호수 등을 표시하면 치매를 예방하고, 식물 키우는 공간이나 놀이 공간을 만들고 개편하면 학원폭력이 감소한다는 식의 논리입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 맥이 닿아있는 정책인거죠.

포럼은 세 가지 세션으로 이뤄졌고, 한 세션마다 2명씩 나와서 발언했습니다. 첫 세션은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로 미국 뉴욕과 서울이 소개됐습니다. 두번째 세션은 디자인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호주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교수와 서울시와 협업하는 홍익대 교수가 발언했습니다. 세번째는 디자인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는 세션이었습니다. 장애인 자활을 돕는 캐나다 사례, 소셜벤처를 돕는 국내 기업입니다.

포럼에서 가장 인상깊은 발언은 구유리 홍익대 교수였습니다. 강연 제목은 '가치 측정'이었지만, 내용은 자신이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어떻게 바꿨나에 많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구 교수의 포인트는 문제 진단을 할 때 설문조사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람이 미처 생각이 안 나서 말로 못 꺼는 것도 있을테니, 행동을 봐야 진짜 사람들이 역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이 뭔지 알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일정 사람들을 뽑아 역을 거닐게 하고, 뒤따라가보는 셰도우잉을 해본 결과 불편사항이 도출됐습니다. 행인들은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는 점이 나타난 겁니다. 2호선, 4호선, 5호선이 지나가는 역이기 때문에 환승구간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서로 교차할 때 스트레스가 많다는 결과였습니다. 배려 없는 행동 같은 식으로요. 쉬는 공간이 없다는 문제는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 탁하고 메마른 지하 공기가 힘들다는 점도 도출됐습니다.

사용자 중심으로 문제를 도출하고, 통합적인 솔루션으로 각종 디자인 표시를 해 헤매는 사람이 62.5% 감소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는 시간은 67% 단축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디자인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비디오 에스노그라피라는 기법을 사용해 행인들을 관찰해서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앞으로 이런 정책 수립과 이런 정책 평가가 점점 더 확대되면, 정책 실효성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시가 무슨 정책을 했을 때 만족도가 90%라느니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게 얼마나 의미있는 건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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