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권용원 회장의 '갑질'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같은 투자금융사를 회원사로 두고, 그쪽 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입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사진/뉴시스
금융투자협회와 어깨를 겨루는 은행연합회란 곳이 있습니다. 은행들을 대변하는 기관입니다. 은행연합회도 10년 전의 일이 떠올랐는지, 권용원 사태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취임한 A은행연합회장은 직원들을 찍어누르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관료 출신들이 은행연합회장 자리에 내려왔는데, A회장은 관료 중에서도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A회장의 녹음본이 없지만 권 회장에 밀리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일례로, A회장이 거는 전화를 실수로라도 못 받으면 그날은 날을 잡은 겁니다. 그러고도 그 자리에 있느냐는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어느 부서장은 사우나에 갈때도 비닐봉지에 핸드폰을 넣고 다녔다고 합니다.
의전 문제도 예민했습니다. 본인의 자동차가 주차장 메인에 있지 않으면 의전 담당자들이 깨집니다. MB정권 당시에는 은행장들도 관료 출신이 꽤 있었는데, 그들보다 자리에 밀리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언론에 대한 시각도 거칩니다. 본인이나 조직에 우호적이지 않은 기사가 나오면 홍보실장은 기사를 내리든, 옷을 벗든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A회장 재직당시 홍보실장은 여럿 교체됐습니다.
얼마 전에 '권력자의 의전'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어디까지가 과잉의전이고 갑질이냐는 것이지요. 전문가가 말하더군요. 내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고 했을 때, 얼굴이 화끈거린다면 갑질이라고. 그 기준대로라면 권용원 회장님, 그거 갑질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