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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수상’한 음악감독 A씨 이야기③-반격의 서막

2019-11-0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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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의 ‘음안 안하기’ 및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작성하는 글입니다.

A는 정말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방송 음악 일은 꾸준히 들어오고, 작곡가들은 군말없이 노래를 찍어내고 있었으니까요. 이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옵니다. “내가 너네 회사에 투자를 할 게. 대신 저작권료 나랑도 나눠 가지자. 이번에는 해외에 우리 프로그램을 팔 건데, 그때 너네 회사 음악으로 바꿔서 넣을 거야.” B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A는 쿵엔터테인먼트를 주식회사 로이엔터테인먼트로 바꿉니다. B는 어느 덧 승승장구해서 한 방송사 국장이 됐습니다. B의 힘은 강력했고, A보다도 더 높은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A는 B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자를 받은 이상 B에게도 저작권의 일부를 나눠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작곡가들은 50% 이상의 저작권료를 양도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A는 고민 끝에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그 묘수는 막도장을 파서 새로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이를 저작권협회에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령 작곡가들은 이제 50%가 아닌, 20%라는 지분만 가지게 됩니다. 작곡가들은 이 사실을 알았지만 불만을 토로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불만을 제기하면 A의 입김으로 인해, 문이 좁은 방송 음악 업계에서 다시는 활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B는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음악감독은 A의 몫이겠죠. A와 B, 영화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날이 왔습니다. 영화 관계자들은 A가 방송가에서 음악감독을 오래 했던 사람이기에 엄청난 기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대화에서 A의 밑천이 드러납니다.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B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A를 권위 있는 음악 감독이라고 포장했던 사실이 창피 해졌습니다. B는 A를 나무라며 “다음 미팅에는 너 대신 말할 수 있는 작곡가를 데려와라”라고 명령했습니다.
 
D는 A와 함께 영화 음악 작업실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는 B를 비롯해 영화 관계자들이 있었습니다. D는 관계자들과 능수능란하게 대화하며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B는 다시 한번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리고 A에게 “너는 여기 왜 있어?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D는 영화의 작업을 끝냈습니다. 물론 음악 감독에는 A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D는 어느 날 영화 관계자들에게 뒷풀이 술자리가 있으니 꼭 오라는 전화를 받습니다. D는 작업을 도와줬던 다른 유령 작곡가들을 데리고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그의 정체는 용산 참사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법조 비리를 소재로한 영화 ‘소수의견’의 작가 손아람이었습니다. 그는 D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쿵엔터테인먼트와 로이엔터테인먼트, 그리고 A에 대해 취재를 준비했습니다. 유령 작곡가들의 반격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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