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뉴스카페)'삐라'의 어원

생계형기자 분투기

2020-06-24 09:18

조회수 : 5,40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남북간 '삐라(불온선전물 또는 불온전단)' 사태로 연일 시끄럽다. 삐라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을 생략하려 했으나 내친김에 요약해본다.

그렇다. '삐라'는 일본어다. 일본어 'ビラ'의 독음이다. 하지만 원어민들은 이를 '비라'로 발음한다. 고로 일본어 'ビラ'가 한국으로 넘어와 '삐라'로 발음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은 '삐라'의 뜻을 '[일본어]bira : 선전이나 광고 또는 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쪽, 즉 전단(傳單)의 잘못'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傳單의 일본어 발음은 '센단'으로, '비라'나 '삐라'가 아니다. 우라질.

결국 '삐라'의 발음 측면에서의 어원은 영어 'bill'로 추정된다. 이 단어가 가리키는 고지서, 청구서, 계산서의 공통점은 '쪽지 정도의 작은 크기'라는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문화가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따라간 'bill'을, 받침음을 발음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굳이 발음하려다가 끝에 [a] 발음이 붙은 것이 아닌가 한다.

한가지 슬픈 것은, 북한에서는 '선전이나 광고 또는 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쪽'을 정말 '삐라'라고 한다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삐라'가 앞의 뜻을 가진 [북한어]로 등록돼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무려' 삐라를 날리기 전에 말부터 고쳐 써야 할 것이다.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은 '전단'으로 순화해 쓰라고 권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라.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