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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주담대 만기 연장, 약일까 독일까
2022-05-23 06:00:00 2022-05-23 06:00:00
 최근 금융권 안팎의 핫이슈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이다. 당장 대출이 급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자 장사를 할 수 있는 은행 입장에서도, 주거사다리 복원을 위한 정책상품을 고민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만기 연장 상품은 나쁜 소식이 아니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만기가 40년으로 연장됐다.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주담대 만기를 40년으로 늘렸고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도 뒤이어 확대했다. 5대 시중은행에 이어 정부도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 출시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주담대를 50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는 '만기 50년 정책모기지' 도입을 들여다보고 있다.
 
은행들이 만기 연장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주담대 등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 이미 대출이 있고 연소득이 낮다면 DSR 40% 규제에 막혀 대출이 어렵다. 하지만 만기가 늘어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면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담대 만기 확대는 실수요자들의 부담 절감에 목적이 있다. 갚아야 할 기간이 늘어난 만큼 매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든다. 때문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금융권에서는 DSR 규제를 받는 차주에게 대출 여력을 늘릴 수 있는 활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만기 연장 대출 상품의 이면에는 가려진 그림자도 있다.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결국 부담해야 하는 이자 총액은 불어난다. 여기에 만기 연장 상품 선택 시에도 변치 않는 상수는 그대로 존재한다. 바로 갚아야 할 원금이다. 월 상환 부담이 줄더라도 그 만큼 상환해야 할 원금은 더 많이 남게 된다. 결국 조삼모사식 접근인 셈이다. 
 
천천히 줄어드는 원금에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은행은 웃는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문턱도 낮췄다고 생색내면서 동시에 더 많은 이자 이익도 챙길 수 있으니 환영할 만 하다. 더구나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 국면에서 대출금리는 앞으로 더 올라갈 전망이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은행들의 배만 불려주는 상품이라는 지적과 함께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DSR 규제가 불러온 신 풍경에 결국 금융소비자의 현명한 선택만이 남았다. 주담대 만기 연장 상품이 약이 될 지, 독이 될 지 예비 차주들의 세심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박진아 금융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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