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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공동선언문, 신냉전 예고…한반도 경색 불가피
북 억제수단 구체화…한미일 3국 협력도 강조, 중국 언급은 없어
2022-05-22 14:26:17 2022-05-22 14:26:17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받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한미 정상의 공동선언문에 담긴 양국 동맹의 폭과 깊이가 과거와는 달랐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동아시아 질서 재편을 예고하는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이 많아졌다. 연장선상에서 양국이 기존 군사·경제 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한 단계 나아가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천명하면서 '공급망', '경제안보' 등 경제·교역 관련 표현이 두드러지게 쓰였다. 이면에는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가 다분했다. '외환시장'·가상화폐'라는 표현도 이번 공동성명에서 처음 나왔다.
 
안보 부문에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 입장에서 미국과의 공동대응 태세로 북한 위협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명문화했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 수단을 구체화했다. 양 정상은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확장억제 수단으로 '핵·재래식·미사일 방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정상 간 성명에 이러한 문구를 명확히 한 것은 처음이다. '핵에는 핵'이라는 응전 방안을 천명한 것으로 최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이자, 한미연합 대응태세를 강조키 위한 문구로 해석된다. 다만 이에 따른 한반도 경색은 불가피해졌다. 
 
양 정상은 한미연합훈련 확대를 위한 협의 개시,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군 전략자산 전개 재확인 등에도 합의했다. EDSCG의 경우 지난 4년간 중단됐던 것으로, 이번 성명에서 양 정상이 재가동에 합의했다. 북한이 올해 들어서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16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7차 핵실험 조짐까지 보이자, 강경 대응책을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논의와 관련해 "핵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며 "과거에는 확장억제라고 하면 핵우산만 이야기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뿐만이 아니라 전투기라든지 미사일을 포함한 그런 다양한 전략자산의 전개에 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는 억제 태세를 강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극도로 경계감을 드러냈던 한미연합훈련 확대와 함께 북한 인권을 지적하는 메시지도 강경해졌다. 양 정상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 목적 중 하나인 중국 견제용 메시지도 성명 곳곳에서 감지됐다. 미국 주도의 반중국 연대 성격을 띠는 경제적 협의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과 관련해 공동성명에는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이 9차례나 등장했다. 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이라는 문구가 2차례 나온 반면, 중국은 아예 언급되지 않은 점은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를 다분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미중 패권 경쟁 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불안해진 '공급망'이라는 단어도 11차례 언급됐다. 양 정상은 "공급망 생태계 내 당면한 도전과 장기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기술·바이오제조·자율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국가안보실 간 경제안보 대화 출범, 공급망 촉진을 논의하는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 설치에 나서기로 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필요성에 대한 의견 접근도 이뤄졌다. 양 정상은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촉진, 부패 척결 및 인권 증진이라는 양국 공동의 가치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란 점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IPEF를 통한 한미 동맹 강화도 이뤄졌다. 
 
양 정상은 금융·외환시장 불안과 관련해서도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면서 협력 의지를 다졌다. 대통령실은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동향 긴밀 협의' 문구가 반영된 데 대해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에 최초로 등장한 것"이라며 "금융시장을 포함해 외환시장 안정화에 대해 두 정상이 굉장히 관심을 두고 있고, 협력 기반을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스와프 이상으로 외환시장 발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한 협력을 앞으로도 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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