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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나영석, '예능 PD의 예술 시대' 열었다
2015-01-30 16:17:30 2015-01-30 16:17:30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영화에선 감독이, 드라마에선 작가가 작품의 만듦새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
 
그렇다면 예능의 완성도와 재미엔 어떤 사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유재석, 강호동 등 톱 MC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예능은 '톱MC의 예술'이었던 셈. 하지만 김태호, 나영석 등 스타 PD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상황. 두 명의 스타 PD들은 예능을 'PD의 예술'로 만들어놨다.
 
◇김태호 PD. (사진제공=MBC)
 
◇창의력의 김태호 PD
 
지난 2002년 MBC에 입사한 김태호 PD는 지난 2005년부터 ‘무한도전’의 연출을 맡았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지난 24일 413번째 방송을 내보낸 '무한도전'은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 예능 프로그램.
 
한국갤럽이 지난 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을 물은 결과 '무한도전'은 16%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무한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김태호 PD의 강점은 남다른 창의력. 김 PD는 매회마다 독특한 시도를 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413회까지 방송을 탄 '무한도전'을 연출하며 매회 다른 포맷의 예능을 선보인 셈. '무한도전'은 '나는 액션배우다', '극한 알바', '쩐의 전쟁' 등 다양한 특집으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올해 초엔 90년대의 인기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은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을 통해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태호 PD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국민 MC'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등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 '무한도전'의 기발한 콘셉트와 상황 설정 등은 모두 김태호 PD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 '무한도전'이 '김태호 PD의 예술'인 이유다.
 
◇나영석 PD. (사진제공=tvN)
 
◇관찰력의 나영석 PD
 
지난 2001년 KBS에 입사한 나영석 PD는 지난 2007년 KBS ‘1박2일’의 연출을 맡으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른 PD들에 비해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추는 빈도가 높았던 나 PD는 강호동을 비롯한 '1박2일'의 출연진들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이후 2013년 tvN으로 자리를 옮긴 나 PD는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자신의 연출력을 증명해 보였다.
 
액션과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화려한 변화를 선보이는 김태호 PD와 달리 나 PD는 상대적으로 소소한 주제에 집중을 하는 스타일. 나 PD가 tvN으로 이적해 처음 선보인 예능인 '꽃보다 할배'는 함께 여행을 떠난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1박2일'과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평소 예능에 좀처럼 출연하지 않았던 '할배' 출연진의 진솔한 속마음을 프로그램에 녹여내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는 나 PD 특유의 관찰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부분.
 
배우 이서진과 2PM의 옥택연이 출연했던 '삼시세끼'에서도 나 PD의 관찰력은 돋보인다. 두 명의 스타를 산골 마을에 데려다 놓은 나 PD는 이들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 호평을 받았다.
 
◇예능 트렌드 변화..톱 MC에 대한 의존도 낮아져
 
최근 들어 예능이 'PD의 예술'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 전체의 트렌드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김태호, 나영석과 같은 스타 PD들의 작품 외에도 이런 트렌드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예능들이 있다.
 
MBC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연예인 아빠들의 모습을 그려낸 프로그램.난 18일 종영한 이 프로그램엔 성동일, 김성주, 윤민수, 류진, 안정환, 정웅인 등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출연했다. 예능계에서 인정 받는 톱 MC가 전혀 출연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윤후, 김민율, 안리환 등 귀여운 아이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육아에 나선 남자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마찬가지의 케이스다. 송일국, 이휘재, 엄태웅, 추성훈 등.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으로선 화려하다고 보긴 어려운 라인업이다. 하지만 송일국의 삼둥이 아들과 추성훈의 딸 추사랑 등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평상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고, 어떤 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것인지는 결국 연출을 맡은 PD의 몫. 톱 MC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PD의 역량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추세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때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없으면 예능 프로그램을 못 만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유명 MC가 출연하는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의 포맷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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