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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에 벤처를 입히다…차량 관리 서비스로 매출 10배 증가
(스타트업리포트)김선호 새천년카 대표
"차량 구매에서 폐차까지…자동차 종합 솔루션 제공"
"자동차 에프터마켓 선도기업 만들 것"
2017-10-13 06:00:00 2017-10-13 06:00:00
[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떠올리면 무언가 아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카센터'를 통해서 스타트업 기업에 도전하는 이가 있다. 김선호(32) 새천년카 대표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새로운 개념의 카센터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벤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으로도 충분히 벤처 신화를 쓸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카센터는 김 대표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다. 그의 아버지 또한 수십년째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베테랑 정비사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자동차를 전공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과를 졸업했다.
 
자동차는 그의 삶의 일부지만 한때 외도(?)를 한 적도 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뼈저린 실패를 맞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시에는 새로운 것만 찾아 헤맸던 것 같다. 남들이 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잘 아는 분야로 돌아왔다. 유능한 자동차 정비사로 기술을 전수해준 아버지의 도움도 컸다. 지금은 아버지를 뛰어 넘는 '남다른' 정비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카센터를 벤처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팜스(PAMS·Personal Automobile Management System)' 즉 개인 맞춤형 차량관리 서비스를 고안해 냈다. 이밖에도 자동차에 관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카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개선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업 강의를 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는 정직한 서비스를 강조한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결국 본질인 카센터에 대한 편견을 거두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국벤처기업협회와도 인연을 맺고 있다. 현재 벤처협회 벤처스타트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벤처협회에서 만난 기업가 선배들의 조언이 경영에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벤처협회에서도 인정받는 자동차 에프터마켓 선도기업을 꿈꾸고 있다.
 
김선호 새천년카 대표. 사진=새천년카
 
카센터와의 인연은.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정비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아버지는 손에 기름때가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셨다. 정비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도 대단하셨다. 아버지는 늘 '자동차 수리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고 강조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동차는 나에게도 삶의 일부가 됐다. 언젠가는 나도 아버지처럼 자동차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장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마음속 항상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아버지가 카센터에 쏟는 열정과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매출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무엇보다 기술자를 불신하고 홀대하는 손님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나는 아버지와는 조금 다른 정비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복무 이후에 9년 동안 국내에서 성공했다고 소문난 정비소 30여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대표님들과 만나 경영 노하우를 듣고 배웠다. 마침내 2014년 12월 '새천년카'를 창업했다. 회사명은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정비소 '새천년카클리닉'에서 따왔다.
 
기존 정비소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단순히 차량을 정비하는 일을 뛰어넘어 차에 관한 종합 서비스를 고안했다. '팜스(PAMS·Personal Automobile Management System)'라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우리말로 하면 개인 맞춤형 차량관리 서비스다. 자동차를 하나의 자산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다. 차량 구입에서부터 폐차 또는 중고매매 시까지 차량의 생애 주기별 맞춤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차 또는 중고차 구매 시 차량 전문가가 고객과 동행해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렇게 구입한 차의 이력을 고객의 특성에 맞게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소모품 교체 주기, 차량 정비 시점 등을 고객마다 다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다른 사업 모델은 B2B(기업간 거래) 정비 사업이다. 팜스 시스템은 개인 고객뿐 아니라 기업 고객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를 홍보해 기업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 고객은 안정적인 매출을 담보할 수 있어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5개 기업과 계약을 맺고 회사 차량을 관리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고객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난 2012년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새천년카클리닉의 월 평균 매출이 500만원에 불과했다. 새천년카를 창업한 이후 아버지 사업장에도 내가 고안한 사업모델을 똑같이 적용했다. 현재 월 평균 4000만~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0배가량 매출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고용창출도 가능해졌다. 아버지 혼자 운영하시던 사업장에 두 명의 직원이 들어왔다. 새천년카에도 두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내년에 추가 채용도 계획 중이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카센터에 갖는 편견은 여전한데.
어쩌면 정비사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몇몇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동차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고객들을 속여 수리비용을 뻥튀기하거나, 불필요한 정비를 유도하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카센터에 대한 이미지가 '바가지를 씌우는 곳'으로 전락했다. 또한 정비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도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정비업이 이른바 3D 업종으로 인식되며 정비사를 꿈꾸는 재능있는 청년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나.
기본적으로 정비사들 스스로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신뢰성, 경제성, 회전성, 편의성의 회복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신뢰성 회복이 가장 먼저다. 차량 정비과정 자체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예컨대 정비과정을 단계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정비가 끝나고 고객에게 전송해 주는 방법도 있다. 경제성도 중요하다. 정비사들도 결국 마진이 적으니 나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새천년카의 경우는 정책적인 부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상공인경영개선자금을 통해 부품을 대량 구입해 서비스비용을 낮췄다. 회전성과 편의성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정비 예약제를 도입해 고객과 정비사 모두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정비 회전율도 높였다. 아울러 카센터에 직접 들를 시간이 없는 고객들을 위해 차량 픽업 후 정비를 마치고 다시 가져다주는 딜리버리 서비스도 도입했다.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은.
직접 강의 활동도 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직업 강의를 통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업으로써 정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긍정적인 면만 강조해 환상을 심어주기 위함이 아니다. 실상을 솔직하게 설명한다. 정비사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주창한다.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20회 이상 강의를 해왔다. 현재 대전 중앙중학교 직업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자동차 정비사 진로 체험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직접 정비사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번 방문 시마다 30명 내외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비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교육부로부터 '교육기부 진로체험기관' 인증을 받기도 했다.
 
향후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고 있나.
먼저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와 위탁 판매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고객이 중고차 구매를 의뢰하면 정비사가 동행해 해당 차량의 사고유무 판별, 침수여부 판별, 차량 구입 후 예상되는 추가 수리비용 책정 등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적정한 중고차 가격을 산정해 구매 결정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위탁 판매 서비스는 개인의 차량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새천년카에서 꾸준히 정비를 받아온 차량을 우선적으로 위탁 받는다. 차량의 정비 이력을 구매자에게 모두 공개하고 현재 차량의 상태를 확인시켜준다. 이를 바탕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연간 이용자수는 120명가량이며, 누적 이용자는 2200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서비스 체계를 더욱 다듬고 인력을 충원해 이용자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자동차보험 비교 견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정비 고객들 상당수가 새천년카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차량 사고 발생 시 새천년카는 사고 차 수리는 물론 보상 업무도 대신 처리해준다. 고객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새천년카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수는 연간 50명 정도로 누적 보험고객은 1200명에 달한다.
 
'팜스 프리미엄 서비스' 론칭을 준비 중이다. 기존 팜스 서비스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고객이 해외출장을 갔을 때 공항에서 차량을 픽업해 차량 정밀검사 및 정비를 하고, 차량 내·외부 세차까지 마치고 고객의 입국 시점에 맞춰 다시 차량을 공항에 가져다 두는 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고, 카센터까지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다. 본사가 있는 대전을 거점으로 추후 전국 서비스망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정비사를 위한 '정비사 장갑'을 직접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정비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사업이기도 하다. 내부 코팅된 면장갑을 만들어 기름때가 손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우리 정비소만 해도 한 사람이 하루에 10켤레 이상의 면장갑을 소모한다. 전국에 정비소가 4만2000곳에 달한다. 정비에 있어서 면장갑은 필수품이다. 기존 면장갑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이 만들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새천년카의 비전은.
새천년카를 자동차 에프터마켓의 트랜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ICT(정보통신기술)와 IoT(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결함해 '자동차에 대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꿈이다. 중장기적으로 팜스 서비스나 중고차 구입·판매 서비스 등도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나아가 회사의 경영철학인 '상생경영'을 실현하는 것 또한 큰 목표다. 회사만의 이윤추구가 아닌 회사와 근로자, 나아가 고객과 동종업계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말한 카센터에 대한 인식 개선에 대한 꿈이 담겼다. 궁극적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업계 전체의 발전과 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선호 대표가 '자동차 정비사 동행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새천년카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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