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이코노믹플러스) 부자증세 '보유세' 도입 목소리 커진다
시민단체·정치권에서도 필요성 제기…정부 "공론화 통해 의견 수렴"
2017-10-24 06:00:00 2017-10-24 06:00:00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정부가 ‘부자증세’ 일환인 부동산 보유세 도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토지 소유구조 불평등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는 도입해야 하지만 다주택자들의 조세저항이 불 보듯 뻔해 섣불리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공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토지자산은 지난 2008년 3547조원에서 5092조원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토지자산 소유로 얻은 명목보유손익은 지난 2015년 기준 183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1.7%를 차지했다.
토지에서부터 얻는 이득이 180조원을 넘을 정도로 크지만 소유구조의 불평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12년 기준 상위 1%가 토지 전체의 55.2%, 상위 10%가 97.6%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 일부에서도 보유세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유세를 도입하면 소득재분배를 통한 공정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일자리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참여연대는 이전 정부에서 무력화시킨 보유세를 참여정부 수준까지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부자감소 기조에 따라 보유세가 유명무실화 됐고 관련세수도 반 토막 났다는 것.
 
홍정훈 참여연대 간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이전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격히 낮췄고, 세수 규모 또한 2007~2008년 평균 2조5000억원에서, 2009년 이후 평균 1조2000억원으로 떨어졌다”면서 “시행령에 위임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여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지가 중 실제 과세하는 금액의 비율로, 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 사항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높아질 경우 재산세 1조9000억원, 종부세 2조1000억원 등 약 4조5000억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는 게 참여연대 측의 설명이다.
 
김정우 의원도 "소수 국민이 대부분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토지로부터 얻는 이익이 클수록 소득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토지 보유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토지 보유세 도입과 거래세 완화를 병행할 경우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할 수 있고, 재산과세 중 보유세 비중이 낮은 비효율성도 자연스럽게 시정될 수 있다"며 "토지 보유세의 도입으로 마련된 재원을 사회안전망 강화 및 복지확충 등에 활용, 소득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 역시 “2015년 기준 한국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279%로 미국(2009년 기준) 1.4%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고, 스웨덴(2012년) 0.43%, 덴마크(2011년) 0.69%에 비해서도 절반 남짓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가치 상승률을 보유세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보유세 인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부동산의 시장가치는 2008년 6548조원에서 2015년 9135조원으로 40%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보유세 총액은 10조7105억원에서 13조5035억원으로 26.1% 증가에 그쳤다.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의 보유세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는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보유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문 후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7~0.8%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를 임기 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세 효과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근로 의욕을 떨어트리고 조세 저항을 불러온다는 게 대표적 의견이다.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라면서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과, 편의적 부자증세만으로는 급증하는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보유세 문제는 제도 개선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는 실무적으로 해왔다"며 "다만, 앞으로 어떤 식을 끌고 갈지에 대한 정책결정에 있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재정특위를 구성하면서 논의하려고 한다”면서 “공론화 하고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참여정부 당시 정부가 종부세 신설을 거론하자 다주택자들의 조세저항이 격렬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을 인하는커녕 국정지지도도 하락했다는 점도 현 정부의 보유세 인상 신중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