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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청소년은 '나'를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2017-12-13 06:00:00 2017-12-13 08:29:10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됐다. 몇몇 학생은 성적표에 찍힌 선명한 숫자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띨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훔칠지도 모르겠다. 
 
대다수의 대한민국 학생들은 매 순간 ‘경쟁’에 내몰린다. 적어도 공교육이란 제도권 교육에 진입하는 순간부터는 그렇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부모와 친구, 교사 모두는 수능이란 달리기 시합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 순위는 어느 대학교에 입학했는지가 말해준다. 
 
문제는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도 경쟁이 끝나지 않는단 사실이다. 경쟁 종목만 바뀌었을 뿐 '취업'이란 또 다른 시합이 예정돼 있다.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경쟁은 무한 반복이다. 마치 경쟁을 위해 태어난 인생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중 몇몇은 경쟁이란 트랙 위를 잠시 벗어난다. 대학 전공이 맞지 않는다며 자퇴나 재수를 하고, 어떤 이는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며 퇴사 후 훌쩍 여행을 떠난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 자신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좋다고 해 그 길을 선택했지만 정작 본인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게 돼버린 경우다. 오히려 이른 나이에 자신의 옷을 발견한 사람이 부러울 지경이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청소년 시기에 자신을 발견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그런 ‘시간적 여유’를 허락받지 못한다. 학업 스트레스에 치이며 하루하루를 견디기도 버겁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은 우울감과 불안에 시달리고, 일부는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도 한다. 
 
결국엔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변해야 가능하다. 최근 해답의 실마리를 서울시교육청의 오디세이학교에서 엿볼 수 있었다. 내년 정식 개교하는 오디세이학교는 조희연 교육감이 실험적으로 도입한 교육 모델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고등학교에 입학 전 1년의 시간을 허락받는 셈이다. 
 
오디세이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하나같이 1년 전 자신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했다. 매사 불만만 늘어놓고, 무기력했던 모습에서 현재 변화된 자기 모습을 좋아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어떤 누구보다 뚜렷하고 명확했다. 같은 질문에도 저마다의 생각과 가치관을 녹여냈고, 여느 또래 아이들보다 해맑았다. 
 
어쩌면 오디세이학교에서의 1년이란 시간은 다른 학생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수반한다. 하지만 그 1년을 통해 학생들은 남들보다 빨리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이 말했다. “오디세이학교에서의 ‘시간’을 평생 간직하고 싶어요”.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 등 다양한 교육정책이 시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부디 청소년들이 해당 정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자신을 발견할 ‘시간’을 허락받길 바란다. 
 
 
조용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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