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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수사 주체성·자율성 부여…검찰에 수사 통제권 강화
특수 사건 외 검찰 접수 고소·고발·진정 사건 범위 제한
2018-06-21 19:22:26 2018-06-21 19:22:2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번에 합의된 내용은 검찰과 경찰을 협력 관계로 개선해 수사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를 받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경찰에는 수사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주고, 대신 검찰에는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했다.
 
우선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을 주고,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한다. 검사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후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에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어 공소유지를 위한 증거수집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보완수사 요구를 따라야 한다. 만일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검사는 경찰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하는 등 떠넘기기 수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이 발생하면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으며, 시정되지 않으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했다.
 
이전과 달리 경찰에는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종결권도 부여된다. 이에 따라 경찰에서 불기소 의견으로 판단한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검찰에 사건기록등본과 함께 통지해야 한다.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의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고, 그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해 수사종결권을 견제하도록 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도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 때에는 수사기록과 함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검찰이 기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현재 경찰이 검사의 영장 기각 후 재신청할 수 있는 것을 보완해 이번 합의안에서는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은 담당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가칭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중립적 외부 인사로 구성되며, 경찰은 심의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검사는 부패 범죄, 경제·금융 범죄, 선거 범죄 등 특수 사건과 이들 사건과 관련된 인지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적 수사권을 갖는다. 특수 사건과 인지 사건 이외의 사건에 관해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사건은 번호를 부여해 경찰에 이송된다. 이 때문에 검찰에 고소·고발·진정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는 제한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지난 2011년 6만51건에서 2016년 8만806건으로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이번 합의안은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가 함께 추진되도록 명시됐다. 그동안 여러 형사소송법 전문가가 수사권 조정과 실효적 자치경찰제를 병행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자치경찰제 시행이 주요한 과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는 검찰이다'란 저서에서 "자치경찰제는 경찰 개혁의 핵심 과제이며, 수사권·기소권 분리의 전제"라고, 신동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형사소송법'이란 저서에서 "수사권 독립 논쟁은 반드시 경찰 분권화의 논의와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이번 합의안에 따라 경찰은 오는 2019년 내 서울, 세종, 제주 등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으로 시행한 후 대통령 임기 내 전국으로 확대해야 하고, 자치경찰제 시행 이전이라도 법령의 범위 안에서 국가경찰 사무 중 일부를 자치단체에 이관해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안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을 통해 제도화될 수 있도록 세심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정부안을 법제화하는 방안, 이를 구체화할 수사 준칙 제정을 준비하는 등 수사권 조정 이행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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