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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시급하다
2018-08-13 06:00:00 2018-08-13 06:00:00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취업준비생 1만명에게 1년짜리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만 29세 이하 4년제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실무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성적이 좋은 교육생에게는 삼성전자 해외연구소에서 실습할 기회도 줄 계획이다. 교육생들이 생활비 걱정 없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비도 주겠다고 한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이러한 육성 정책은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틀을 잡고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인재를 키우는 요람은 결국 학교여야 한다. 삼성이 아무리 뛰어난 인사·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학교를 대체할 수 없고, 대체해서도 안 된다. 삼성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인력 양성 지원은 학교 교육체계의 틀 속에서 보조 역할로 한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삼성의 발표는 현 교육체계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이런 사정을 살피고 먼저 나서지 못한 걸 자책해도 모자랄 판에 왜 삼성의 투자를 놓고 평가만 하는 걸까?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주장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현 한국정신문화재단 이사장)은 ‘소프트웨어 인재 10만 양병설’을 주창했다. 정부가 연간 1조원씩 10년간 10조원을 들여 초대형 프로젝트를 글로벌 기업들에게 제안하면 이들 기업들은 한국에 와서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핵심 업무에 한국인 인재를 배치해 개발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전 명예회장의 제안은 정부와 정치권 누구에게도 관심을 얻지 못했다.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은 정권이 바뀌어도 관심 밖이었다. 2006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까지 참석해 대대적인 SW산업발전 촉진대회를 열었지만 한 차례 바람으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산업에 녹아드는 IT를 표방하며 ‘NEW IT’ 비전을 제시했지만, 장학생을 선발해 차세대 소프트웨어 리더로 육성한다는 게 다였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을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로 전환해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추진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문재인정부 들어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정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내실있게 진행되려면 그만큼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취준생들은 여전히 삼성을 선호한다. 지난 2002년 이 전 명예회장이 기자에게 전해준 말 속에서 그 이유 가운데 하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재들에게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지만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접할 수 있게 한다면 자신들이 그어놓은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10년간 투자를 통해 10만의 핵심 기술자를 양성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가치사슬이 이어져 하위 기술자를 포함해 1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100만 명의 전문가가 있는 한국에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도 이어질 것이고, 이를 통해 한국은 핀란드와 아일랜드는 물론 인도와 중국 등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SW개발 국가로 도약해 10조원의 투자를 훨씬 뛰어넘는 또 하나의 국가 전략 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채명석 산업1부 재계팀장(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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